동기가 먼저 승진하는 것도 배 아픈데 막냇동생뻘 되는 사람을 윗사람으로 모셔야 한다. 아니꼬우면 출세하라고 했지만 안 짤린 것만도 감지덕지 해야 할 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통 크게 대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사적인 자리에서 호칭 부르기도 어색하고, 공적인 자리에서 굽신거리기도 불편하다. 먹고 살기 위해 간과 쓸개는 집에다 두고 올 작정을 했건만 문득문득 나이 어린 상사가 거들먹거리고 눈 부릅뜨는 꼴을 보면 어금니를 꽉 깨물게 된다.
나이 어린 상사, 나이 많은 부하가 늘고 있다. 예전엔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승진했는데 요즘은 실력만 있으면 때아닌 건너뛰기 승진도 많아졌다. 고령화 사회에 실업난을 없애기 위해 나이 제한을 철폐하고, 젊은 정신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사회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무능한 나만의 박복한 문제라고 여기지 말고 누구든 한번쯤은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자. 상사와 회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다. 정말 챙겨야 할 것은 나인데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지 생각해보자. 어쩔 수 없이 나이 어린 것한테 굽신거린다고 생각하면 점점 힘들어진다. 면전에서 복종하더라도 마음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불편해진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은 공중의 파장을 따라 상사에게도 느껴진다. 상사도 내가 자신을 진정 상사로 인정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던 참에 그런 기류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나의 회사생활이 원활하게 스트레스 없이 영위되기 위해서 상사를 이용하자. 상사가 좋아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사가 필요하니까 인정하는 것이다. 고참이 꼭 베테랑은 아니고 경력이 곧 실력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고 겸허하게 낮아지자. 그래서 역시 나이는 다르다고 주위로부터 박수 받는 나잇값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