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픈약점](https://img.etnews.com/photonews/1004/100421105555_1888999015_b.jpg)
내가 든 패가 마음에 안 든다. 무거운 몸무게, 더듬는 말투, 나쁜 시력, 작은 키, 저질 체력 등 외모적인 것부터 덜렁대기, 낯 가리기, 욱하기 등 성격적 약점까지 허점이 너무 많다. 그뿐 아니라 술도 못 마시고 골프도 못하고 노래조차 제대로 부르는 게 없다. 한 인생 다시 태어난다면 좋은 패로 네 활개를 펴고 살고 싶다. 좋은 부모, 짱짱한 형제, 수려한 외모, 샤프한 실력을 고루 갖추고 보란 듯이 살아보고 싶다.
누구에게나 6장이 주어진다. 그 중에는 별 쓸모 없는 패도 있지만 잘 활용하면 결정적인 승리의 실마리를 주는 패도 있다. 누구에게나 모든 패가 다 형편없지는 않다. 또 기대하고 밀었던 패 때문에 제 무덤을 파기도 하고, 쓸모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패가 뜻밖의 타이밍에 효자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지금 쥐고 있는 내 패가 약점이 될지 강점이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안다. 식장에 손잡고 들어와봐야 아는 거고, 무덤과 후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아는 거다. 성공을 이뤄낸 유명 인사들을 수십년에 걸쳐 연구한 학자에 따르면, 그들은 대체로 넘기 어려운 거대한 약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들을 가로막는 신체적, 정신적, 금전적 약점들이 성공을 위한 강한 자극제가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상어는 수많은 물고기 가운데 유독 부레가 없다. 부레가 없으면 물고기는 가라앉기 때문에 물고기에겐 엄청난 약점이다. 하지만 상어는 그 약점 덕분에 바다 동물 중 가장 힘이 센 강자(强者)가 되었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힘이 세어진 것이다. 시인 박노해씨는 약점을 약이 되는 점이라고 했다. 약점은 모자란 점이 아니라 서로 채우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약점에 치여 강점을 묻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강점이 약점을 덮어 별거 아니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약점에 집착하지 말고 강점을 찾아 키워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