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콘텐츠 진흥 업무 이관 문제를 놓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서서 방통위에 방송콘텐츠 진흥업무를 문화부로 이관하라고 한 명령에 대해 방통위 공무원들은 ‘위원회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업무 이관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는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대통령실은 각 부처에 하달한 공문에서 인수위 당시 급작스럽게 이뤄져 세세한 업무조정이 되지 않았음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인수위 시절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과기부와 교육부의 통합을 추진했던 당사자들이 당시 정부 조직개편이 급박하게 졸속으로 추진됐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미래지향적이며 IT를 통한 융합산업을 주도하겠다고 했던 정부조직 개편의 실체를 본 셈이다.
청와대는 방통위 직원들이 방송콘텐츠 진흥 업무 이관에 반발하는 것을 부처 이기주의로 매도해선 안 된다. 그들은 정보통신부가 해체될 때도 안 된다고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공무원들이기 때문이다. 방통위 공무원들은 방송콘텐츠 진흥업무를 타 부처에 넘겨주는 차원을 넘어 ‘진흥과 규제’라는 방통위를 지탱하는 두 가지 축이 붕괴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진흥은 사라지고 결국 방송과 통신의 규제만을 하는 ‘못된 시어머니’ 역할을 하라는 정부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들이다.
정부 부처의 업무 조정과 이관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업무를 이관하라는 것은 그 아래에서 정부의 정책에 따라 미래를 준비하는 산업의 주무부처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는 문화와 체육 등을 주업무로 하는 문화부로 방송콘텐츠 관련 부서가 이관될 경우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업체와 방통위 공무원들의 지적을 곰곰히 들어 봐야 한다. 그리고 큰 틀에서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