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4일 밤 6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초호화판’ 대형 불꽃놀이 행사를 평양 대동강변에서 가졌다. 주민들의 궁핍한 생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체제 유지를 위해 김일성, 김정일 부자 찬양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이런 모습은 기술 및 산업 영역에서도 볼 수 있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했다며 무력시위를 벌이면서도 기초적인 것에 불과한 폭죽은 중국 등지로부터 60억여원어치를 수입하고 있다. 기술자를 초빙해 지도까지 받는다. 북한의 산업(공업) 발전 구호는 여전히 ‘자력갱생, 간고분투(고난과 시련을 이겨 내면서 있는 힘을 다하여 싸움)’다. 북한의 일반 기업 가동률은 최근 몇 년간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정상 가동되는 기업은 북한 최대 판유리 생산공장인 대안친선유리공장 정도다. 반면에 군수기업(북한에서는 이를 ‘제2경제기업’이라 부른다) 가동률은 높다. 자강도에 있는 일부 군수기업은 100%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은 인민경제 예산의 90% 이상, 2006년 이후에는 80% 정도를 군수기업 가동을 위해 투입했다. 그나마 최근에야 20% 정도를 일반기업에 배치했다. 그동안 북한은 과학기술에 의한 강성대국 건설을 줄기차게 주창해 왔다. 하지만 실제 이 부문 투자는 미약하다. 2005년 인민경제 예산 중 0.03%, 2006년 0.05%, 2007년 0.07%, 2008년 0.1%밖에 되지 않는다. 조금씩 비중이 높아졌으나 역부족이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 먹는 문제를 자체 해결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단행했다. 종자혁명 방침을 비롯해 두벌농사 방침, 토지정리 방침, 감자농사 방침, 콩농사 방침 등이다. 그러나 자금과 기술 토대 없이 오직 인력동원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니 그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05년 이래 농업생산에 대한 관심은 북한 경제의 제1지표다. 직장과 직위를 떠나 누구나 1년 중 100일은 농촌을 지원해야 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로 말미암아 일부 생산량이 늘고 있지만 식량난 문제는 여전하다. 북한이 농업 생산성을 올리려면 구호가 아닌 실용적 조치가 필요하다. 예컨대 종자 개선, 물 확보, 비료와 농약 투입, 농기계 보장, 재배방법 개선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 자체의 역량으로 어려움이 많다. 북한의 수리시설도 신통치 않다. 잘 돼있다고 하지만 산림이 황폐해 저수지 물 확보마저 어려워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북한은 600만톤 알곡 생산을 목표로 해 왔다. 이를 위해 총역량을 집중하고 총동원령을 내렸으나 실제는 400만톤 정도에 지나지 않아 최저생계에 필요한 양마저 채우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주민은 굶어죽는데 초호화 불꽃놀이를 한 것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지적한 것처럼 북한은 분명 정신차려야 한다. 불꽃놀이식 헛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공중에 날리는 헛된 정치적 묘수보다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인지하고 해결하는 데 바로 나서야 한다.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라는 북한이 진정 자력갱생하는 길은 전쟁과 대립이 아니라 효율적인 투자와 상생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최현규 KISTI 정보서비스실장 hkchoi@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