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7시 차를 몰고 집을 나서 약 30Km 떨어진 회사를 향해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며 마시는 이곳 아프리카 공기. 사람이 피부 숨구멍의 수축 운동을 통해서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정도로 상쾌하다. 흔히들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 하면, 들에 사자나 기린, 코끼리가 어슬렁거리며 거닐거나, 풀을 뜯는 모습을 상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자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나 나오는 케냐 세렝게티의 소떼들을 먼저 떠올리기도 하지만, 이곳 남아공은 한국보다 먼저 산업화가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기억하는 백인 우월주의의 사회에서 1994년 흑인 정부가 성공적으로 들어섰고, 현재는 2008년 대선을 통해 등장한 쥬마(Zuma) 정권이 아프리카의 첫 월드컵을 준비한다.
2004년 5월 15일, 남아공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월드컵 역사 80년의 첫 아프리카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9개 도시 10개 경기장에서 총 64 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 여러 언론에서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주경기장인 ‘사커시티스타디움’을 제외한 전 경기장의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100% 순조롭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6월 11일 월드컵 개막에 맞춘 준비가 한창이다. 다만, 단시일 내에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강력 범죄와 부족한 대중 교통이 문제다. 월드컵 기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계속 남을 가능성이 크다.
남아공 경찰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하루 평균 총에 맞아 사망한 사람이 50명이었고, 노상 강도가 200건에 달했다. 대중 교통 또한 남아공 정부의 월드컵 대책에도 불구하고 안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 10일 불법 총기류 3만2000정을 수거했고, 월드컵 기간 동안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억7300만달러를 집행할 계획이다. 또 ‘하우트레인(GauTrain: 도심고속철도)’ 등 대중 교통을 준비하고 있다고 연일 홍보를 하지만, 월드컵 경기 현장에 찾아가려는 여행객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러한 여러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가장 선진화된 산업 국가다. 4000만여 아프리카인(흑인), 500만여 백인, 500만여 컬러드(남아프리카 혼혈인) 등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무지개 나라’로 불린다. 약 6000년 전 코이산, 부시먼, 니그로이드의 흑인들이 남아공 땅에 정착해 살기 시작했으며, 1488년 포르투갈 선원 바르톨류뮤 디아스가 이 땅에 발을 디딘 첫 유럽인으로 기록됐다.
이후 네덜란드 보어인과 프랑스 위그노들이 이주를 시작했고, 1899년 발발한 보어전쟁을 통해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영국계가 정착하면서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백인들이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국제연합(UN)이 ‘반인류적 범죄’라고 묘사할 정도의 인종 차별 법령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한, 그 유명한 넬슨 만델라의 흑인 인권 운동을 계기로 1994년 이후 흑인 정부가 들어섰다.
이후로는 다이아몬드, 티타늄 매장량 1위의 자연 자원을 바탕으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경제 규모의 44%를 차지하는 경제 국가로 발전했다. 1967년 세계 최초로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했을 정도로 의료 분야도 선진화했다. 또 아프리카 최대 자동차 생산 국가이자 연간 80만대를 조립하는 유명 자동차 회사들의 생산 기지다.
남아공 정부에 의하면 월드컵을 계기로 약 50억랜드(7억달러)의 경제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2010년 국가총생산(GDP) 규모도 0.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TV 방송 분야에 있어서는 월드컵을 계기로 ‘엠헤그(MHEG : Multimedia and Hypermedia Information Coding Experts Group)-5’ 디지털 방송을 준비한다. 특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일본 업체들 중 소니는 월드컵 기간에 25 게임을 3차원(3D) 영상으로 제작해 세계 26개국에 중계권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개최국인 남아공에서는 아직 3D 방송 환경과 3D TV 공급 문제로 직접 중계를 하지 못할 전망이다.
남아공은 월드컵을 계기로 아프리카 주변국에 일반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디지털 방송 중계권과 기술 판매를 도모한다. 또 ‘디지털 TV MHEG5 기술개발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월드컵 개막에 앞선 5월 풀(Full) 발광다이오드(LED) 3D TV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개최지 선정 이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남아공 월드컵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려와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서구 열강에 의한 식민 역사로 점철된 아프리카에,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의 인종 차별로 상처받아 온 남아공에, 월드컵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크다. 지나치게 상업화한 과거 그 어떤 월드컵보다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요하네스버그(남아프리카공화국)=노승완 LG전자 HE마케팅그룹 차장 sw.roh@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