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쇼핑몰 등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기업들의 개인정보유출배상 책임보험 가입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지적됐다.
28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차티스(구 AIG손해보험)·LIG손해보험·현대해상·삼성화재 등 7개 손해보험사가 개인정보유출 사고 시 손해 배상액의 일부를 보장해주는 책임 보험 상품을 운영 중에 있지만 가입은 정체 상태다.
현대해상 이창희 담당은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고객정보를 수집·이용·관리하는 기업에서는 관련 보험 가입 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옥션의 고객정보유출 사건 판결을 보고 가입을 결정하겠다는 고객들이 많았지만 법원이 ‘회사 측에 배상책임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모두 보험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차티스 전홍규 담당도 “메이저 여행사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등 작년에 비해 가입률 자체는 70%로 늘었지만 기본적으로 가입자 수가 워낙 적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개인정보유출배상책임 보험 가입을 꺼리는 이유는 보험 비용에 비해 사고 발생 시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이 사고수습을 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옥션 사례처럼 피해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면 보험 배상금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보험가입 의무를 규정한 법령조차 마련되지 않아 업계의 보험가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보험 업계는 일본처럼 개인정보보호법이 통과돼야 관련 보험 가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해상 이창희 담당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보안 시스템을 필수적으로 갖출 필요성이 있다”면서 “시스템 보안으로 막을 수 없는 부분은 보험으로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고객의 정보를 보호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