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제 다리 뜯어먹는다. 이 문제로 한 300대쯤 담배를 피워댄 것 같다. 회의 분위기가 조소 섞여 있고 사무실 분위기가 찬물 부은 듯 냉랭하다. 딱히 잡히지는 않지만 걸리기는 한다. 공공연히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복도 험담, 화장실 뒷담화, 계단 불평만 난무한다. 서로들 뭐가 꼬인 게 틀림없는데 그 누구도 먼저 깃발을 꽂지는 않는다. 이런 암투의 상황을 모르는 척 무시해야 하는 건지 먼저 들추어내야 하는 건지 당황스럽다. 경쟁적이고 비협력적인 조직문화를 학습적이고 협력적인 조직문화로 바꾸고 싶다. 묘수가 없을까?
기다려야 할 시기인지, 잠재워야 할 시기인지, 지켜봐야 할 시기인지, 질문해야 할 시기인지, 현명한 리더는 그 차이를 잘 간파한다. 상황과 원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라면 하루빨리 조치를 취할 것 같다. 묵과하면 더 곪아 터지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식하는 것이 행동을 바꾸는 출발점이다. 마치 아슬아슬하게 비껴 충돌을 피했지만 간신히 스쳐지나간 재앙은 징후였을지 모른다. 하인리히가 노동재해에 관하여 실증적 연구를 행한 결과, 중상자가 한 명 나오면 그와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또 그 뒤에 운좋게 재난을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는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이라고 하는 법칙을 내놓았다. 결국 위험을 방관하면 330회에 한번은 큰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모르는 척하다가 더 곪아터진다. 징후를 알아차리고 미리 예방하자. 한번 눈 감고 지나가면 암투는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시오노나나미는 "평화는 간절히 바라는 것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누군가가 평화를 어지럽히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분명히 언명하고 실행해야만 비로소 평화가 현실화되는 법이다. 따라서 평화를 확립하는 것은 군사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였다"라고 말했다. 골치아픈 문제라 여기고 불구경하듯 제껴두지 말고 리더부터 의지를 갖고 문제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