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현 액센츄어 이사 sang-hyun.jo@accenture.com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장치 혹은 기계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은 업계를 넘나드는 기업들의 노력으로 인해 점차 흔한 현상이 돼가고 있다. 스마트폰, PC, 전자책(e북) 단말기 등 전자기기의 인터넷 연결망은 이제 기본적인 기능이 됐고 차세대 솔루션 및 기기는 무엇이든 글로벌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하다는 약속을 내세우고 있다. 웹사이트와 연결된 자동차, 센서 네트워크와 연동되는 전력시스템, 전자레인지와 연결된 냉장고, 미디어기기와 상호작용하는 장난감, 사람의 몸속에서 이동하며 데이터를 전송하는 디지털 알약을 상상해보자. 다시 말해서 무엇이든 연결이 가능한 것이다.
액센츄어는 최근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에너지, 의료, 전자, 완구, 게임업계 등 광범위한 업계에 걸쳐 향후 ‘모든 것의 네트워킹’을 주도하게 될 대표적 업체들과 30건의 심층 인터뷰를 했다. 액센츄어는 이 기업군을 ‘차세대 주자’로 분류한다. 이들은 통신사, 휴대폰 제조업체, 인터넷 서비스 기업 등 이미 수십억개의 기기를 지원하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제공해온 ‘선발주자들’의 뒤를 잇고 있다.
설문에 응한 경영진 거의 대부분이 네트워킹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고 향후 3∼5년 사이에 그들의 기업에서 만드는 주요 제품이 네트워킹의 흐름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관련 기술 역량의 부족, 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협력 관계, 수조개에 이르는 기기 간 네트워킹을 지원할 개발 플랫폼의 부재 등 다수의 미결 과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트워킹으로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 성립
차세대 주자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그들이 기기에 네트워킹 기능을 더하는 것이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부가기능 그 이상이라는 것을 인식했다는 점에 있다. 네트워킹이 더해진다는 것은 기기의 본질적 가치가 뒤바뀜을 의미한다. 흔히 소비재 상품 분야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간 상호작용은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구매자가 향후 다른 제품이나 동일한 제품을 다시 구매할 때만 이뤄진다.
그러나 네트워킹 된 기기의 경우 기기 제조자와 소유자 간 지속적인 관계가 성립된다.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은 기기의 마케팅, 가격 책정, 지원 방안 그리고 사용 방법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가 뒤따름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속성은 소비자와의 관계도 지속적인 것으로 만들어 단순히 상품을 판매해 얻게 되는 수익을 뛰어넘는 가치 창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네트워킹에 기반한 지속성은 이미 통신 및 첨단기술 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는 네트워크를 통한 정기적인 패치 다운로드를 통해 거대한 운용체계(OS)의 설치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사용자에게 데이터 서비스를 필요 이상으로 판매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공적인 지속성 활용 사례이다. 현재 데이터 서비스는 통신사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차세대 주자들도 이미 초기 선구자들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그들 중 한 명은 “하드웨어는 이제 일반재일 뿐이다. 우리를 차별화하는 것은 데이터”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네트워킹은 차세대 주자들의 핵심 역량이 아닌 탓에 네트워킹 혁명을 이끌 자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역량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협업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컨설턴트, 아웃소싱 서비스기업, 소프트웨어 업체, 인터넷업체, 반도체 제조업체나 PC 제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주자들은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방기기의 네트워킹을 계획하는 전자회사는 와이파이로 가정용 컴퓨터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PC 제조업체와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최근 발표된 바와 같이 TV 제조기업들이 협업해 새로운 유형의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이들이 개발한 새로운 TV는 소비자가 기존 프로그램과 더불어 동영상 웹사이트도 볼 수 있도록 하는 제품으로, 인텔의 회로와 야후의 위젯 채널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시청자는 풍부하게 제공되는 위젯과 상호작용을 주고 받으며 기존의 TV를 더욱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
#상호접속의 필요성
‘모든 것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이것이 소비자로 하여금 모든 기기를 쉽고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집으로부터 특정 거리에 도달하면 집 안에 설치된 중앙제어시스템에 명령을 내려 에어컨이 가동되고 문이 열리고 홈 오디오 시스템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재생된다고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은 서로 다른 기기와 서비스 간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 플랫폼이 뒷받침되어야 실현된다. 애플이 오리지널 아이팟을 독점적인 엔드투엔드(end-to-end) 시스템으로 개발했듯 현재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하도록 출시된 제품 다수가 단일 기업이 가치사슬 전체를 관리하는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차세대 주자는 독점 플랫폼이 문제를 야기한다고 믿는다. 대부분 기업은 시장을 독점할 자원도, 제품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의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주력하고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 다수의 기기와 서비스의 기능을 조율하는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는 가치사슬이 구축되는 것이 경영자들이 기대하는 방향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공통의 플랫폼을 제공하기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 네트워크 제공기업과 이동통신기업이 유력한 후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많은 경영자들은 이통사의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통 대기업과의 협상에서 동의를 이끌어내려면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 게다가 그 후 1, 2년간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바꾸려면 먼저 이통사들이 사업 방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통사는 차세대 주자에게 네트워크를 개방하고 보다 유연한 가격 모델을 만들며, 다양한 기기를 수용하는 상품군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난제는 모든 것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로부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및 가격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기기에 네트워킹 기능이 더해지는 것을 혁신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지속성이 새로운 방식의 브랜딩, 가격 수립, 유통 모델을 필요로 하고 또 이것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일대다 방식의 플랫폼 모델은 모든 것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상품화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도 설득력이 높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플랫폼은 다양한 조직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광범위한 인터페이스를 수반한다. 이는 ID관리, 과금, 분석, 진단, 그리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기의 지속성을 활용한 기타 서비스들을 아우르는 접점을 제공한다. 이와 같이 고객 및 과금 시스템이 직접 연결되는 형태의 플랫폼은 차세대 주자들이 열심히 찾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촉진할 것이다.
지금도 차세대 주자들은 네트워킹으로 가능해질 협업 모델, 플랫폼, 가격 전략을 탐색하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네트워크 도입은 미래에 높은 성과를 성취하는데 필수적임을 고려할 때, 조만간 시장은 다양한 혁신을 겪게 될 것이다. 수많은 접근법이 공존할 것이며 단일 모델이나 압도적인 1인자가 시장을 독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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