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비를 나눠주고 각자 맛있는 저녁 먹으라고 하면 참 좋겠다. 애인과 데이트도 양보해야 하고 달콤한 나만의 자유시간도 반납해야 한다. 엄연히 근무 외 시간의 자율적 행사인데 불참할 기미라도 보이면 웃음기를 걷어내고 죄인 취급을 해가며 눈을 흘긴다. 단란주점 장소도 맘에 안 들고 상사 옆자리에 앉는 것도 껄끄럽고 메뉴마저 상사 취향이다. 진정 바라는 복리후생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원치도 않는 회식으로 생색내는 윗분들, 정말 말리고 싶다.
업무 외 시간인 것 같지만 업무의 연장선상이다. 격의 없는 자리인 것 같지만 격의 있는 행동을 하자. 옛 어른들이 밥상머리에서 예절 교육을 하듯이 직장은 회식하면서 될 성부른 떡잎을 골라낸다. 업무만이 아니라 격의 없는 자리에서의 태도를 수색하고 유추 해석한다. 윗사람들은 회식에서의 태도를 보고 고객을 만날 때와 일상의 업무자세를 미루어 짐작한다. 직접 일일이 볼 수 없기 때문에 복도에서 만났을 때, 아침저녁 출퇴근 인사할 때, 가끔 모이는 전체 회식 때의 행동을 보고 미루어 확대 해석한다. 친구들과 노는 여느 술자리로 생각해선 안 된다. 분위기를 맞추고 유머를 날리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할리우드 뺨치는 리액션을 발휘하자. 누구나 하루 평균 20번 정도는 거짓말을 한단다. 바쁘지 않은데 바쁜 척하고 아프지 않은데 아픈 척한다. 재미있지 않지만 재미있는 척하고 칭찬할 게 없지만 박수치자. 이것도 하면 는다. 성인은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행동이 바뀐다. 회식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야 회식자리에서 잘 어울린다. 하지만 거꾸로 해도 된다. 행동부터 억지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생각도 따라서 바뀌기도 한다. 군대에선 아직 군인정신이 없지만 군인처럼 행동한다. 그러면서 군인정신이 키워진다. 회식 자리가 재미없고 무의미하다고 생각되거든 행동부터 바꿔보자. 그러면 생각도 따라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