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오픈마켓(인터넷 장터)인 G마켓. 2003년 출범해 2년 만에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한 뒤 2006년 4분기에는 분기 기준으로 당시 최강자인 옥션을 추월했다. 옥션을 소유한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회사 이베이도 G마켓 앞에선 쩔쩔맸다.
G마켓은 이어 2008년 벽으로만 느껴지던 거래액 4조원을 넘어섰다. 설립한 지 5년 만에 상품을 4조원어치나 판매하는 막강한 유통채널로 성장한 것.
G마켓에 두 손을 든 이베이는 결국 경쟁을 포기하고, G마켓을 인수하는 길을 택한다. 이 같은 G마켓 신화는 거의 전적으로 구영배 전 G마켓 사장이 썼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구 전 사장이 이번엔 국내시장을 벗어나 외국에서 일을 내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본인 소유 G마켓 지분을 매입한 이베이와 손을 잡았다. 극적인 반전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구 전 사장과 이베이는 동아시아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벌이기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지난달 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4월 G마켓이 이베이에 인수된 지 약 1년 만이다.
합작회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자본금 약 2000만달러(약 225억원)로 출범하며, 구 전 사장과 이베이가 51대49 비율로 자본을 대기로 했다. 합작법인 대표이사는 구 전 사장이 맡는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2000년 일본 진출에 이어 2003년 중국 인터넷 경매 업체를 인수하는 등 아시아시장 공략에 나섰다가 쓴맛을 본 이베이가 G마켓 플랫폼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시장을 다시 공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G마켓을 국내 1위 오픈마켓으로 키운 일등공신인 구 전 사장의 탄탄한 노하우에 기대 아시아를 잡아보겠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신설 법인은 G마켓이 2007년과 2008년 각각 진출한 일본과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오픈마켓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연관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신설 법인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G마켓의 우수한 플랫폼을 통해 외국 오픈마켓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새 법인이 수행할 여러 소임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 석유탐사회사에 다니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 제안에 따라 1998년 인터파크에 합류한 구 전 사장은 인터파크 사내 벤처 `구스닥`을 모태로 2003년 오픈마켓 G마켓을 탄생시켰다.
G마켓은 다양한 가격의 오픈마켓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되, 때로는 고정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등 다변화된 가격전략을 통해 2005년 단숨에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이베이 인수 직전인 2008년 거래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섰다. 판매자와 가격 협상을 벌여 소비자들이 상품 경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줄인 점도 G마켓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베이가 G마켓에 고전한다`는 기사가 외국 유명 경제주간지 지면을 장식했을 정도다.
개인 판매자들을 입점시켜 자유롭게 상품을 올리고 사는 이 모델이 성공하면서 CJ, GS 등 여러 대기업도 오픈마켓 사업에 진출했지만 G마켓에 막혀 실패하고 말았다. 그만큼 구 전 사장이 지휘하는 G마켓 경쟁력은 막강했던 셈이다.
구 전 사장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하고 올해 1월 옥션과 G마켓이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 통합 사무실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직원 50여 명을 데리고 기존 G마켓 사옥인 서울 역삼동 LIG빌딩에 남아 합작법인 설립 준비를 해왔다.
[매일경제 진성기 기자/정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