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75)IBM이 시뮬레이션 게임을 내놓는다고?

"IBM이 시뮬레이션 게임을 내놓는다고?" 다소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IBM은 3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시티원(CityOne)`이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IMPACT 2010` 행사장에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티원‘은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유명한 ’심시티(SimCity)‘를 연상시키는 게임이다. 실제 현대의 도시들이 안고 있는 에너지,환경 오염,물부족,교통체증 등 제반 도시 문제를 게임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해 보면서 해법을 찾아가는 게임이다.

사실 도시는 현재 인류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의 원인 제공자이다. 전문가들은 2050년이 되면,전세계적으로 도시에 사는 인구가 현재 보다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도시가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75%를 소비하고,온실가스의 80%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있다.

이런 도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지 않고선 고객이나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안고 있는 산업적 또는 사업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IBM이 ‘시티원’이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내놓게 된 구체적인 배경이라고 할수 있다. 넓게 보면 IBM의 `스마터 플래닛(Smarter Planet)`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시티원’ 게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되는 것일까. 가령 게이머들은 인구가 지금보다 배 이상 늘어날 경우 물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해 구체적인 미션을 부여받는다. 게이머들은 이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의 수질 오염 상태나 상류 시설의 누수 정도 등 실제 데이터를 게임에 반영해 수질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수질 관리 개선’이라는 비즈니스 목표 또는 사회적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주어진 예산 한도내에서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하고 소액 대부 제도를 운영하는 등 게임 공간에서 다양한 시뮬레이션 활동을 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어떻게 보면 ‘시티원’이란 게임은 게임 디자이너로 유명한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의 `대안현실 게임(alternate reality game)`의 하나로 봐도 될 것 같다.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TED 2010 컨퍼런스’에서 미래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 소속 게임 디자이너인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은 온라인 게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그녀의 TED 강연은 TED인터넷사이트(http://www.ted.com/talks/view/id/799)에서 볼수 있다)

그녀는 `석유 없는 세상(World without Oil)`,`재현:세상을 변화시킬 특별훈련(Evoke:a crash course in changing the world)‘ 등 대안 현실 게임들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특별한 사회적 또는 전지구적 미션을 부여한다. 게이머들은 자연스럽게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면서 다른 게이머들과 협업 또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현실 세계를 실제로 바꿔 나간다. 그녀는 온라인 게임(MMORPG)이 이른바 ‘집단 지성’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온라인 게임 공간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게임머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IBM이 내놓는 ‘시티원’ 게임 역시 이런 ‘대안 현실 게임’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IBM의 시뮬레이션 게임은 보다 사업 지향적인 또는 교육 지향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다. 고객들이 어떻게 하면 게임을 통해 실제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게임에 접목해 산업계 또는 비즈니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법을 찾아갈수 있을 지에 관해 의문을 던지고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을 웹2.0 협업 도구나 교육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IBM은 이런 류(類)의 게임을 ‘진지한 게임(serious game)’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진지한 게임` 프로그램 담당 팀도 운영하고 있다

IBM이 소위 ‘진지한 게임(serious game)’ 분야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IBM은 ‘INNOV8` `로보 코드(RoboCode)’‘ 파워업’ 등 게임을 발표했는데,`INNOV8` 게임은 현재 전세계 1000여개 대학에서 교육도구로 잘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IMPACT 2010` 행사장에서 IBM은 `시티원`의 데모 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향후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교육 시장을 더욱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IBM의 시뮬레이션 게임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접목이란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