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리모`로 노키아·애플 아성에 도전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OS) 전쟁에서 리모(LiMo)가 한 축을 형성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리모 OS용으로 만든 플랫폼인 `콜로라도`의 세계적 확산에 SK텔레콤과 K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동참하기로 함에 따라 글로벌 모바일 OS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OS는 휴대폰의 각종 기능을 움직이는 데 필수적인 핵심 소프트웨어(SW)다. PC로 따지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등이 대표적인 OS다. 휴대폰이 PC를 닮은 스마트폰 시대로 진화하면서 모바일 OS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 모바일 OS 시장은 노키아가 주도하는 심비안과 애플의 아이폰 OS, 구글의 안드로이드, MS의 윈도폰 등이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비안이 2008년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 52.4%를 기록하며 사실상 이 시장의 맹주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림의 블랙베리와 애플의 아이폰OS가 크게 성장해 사실상 3강 구도가 형성됐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대안 OS로 제조사와 통신사업자들의 선택을 받아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3강 구도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리모`가 등장했다. 리모는 아직까지 정식으로 선보인 OS는 아니다. 그동안 표준화 작업이 진행됐으며 앞으로 삼성전자 등이 OS와 여기에 탑재될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개발툴(SDK)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름 자체가 개방형 OS인 리눅스 모바일(Linux Mobile)의 약자인 리모는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완전 개방형 체제를 지향하는 데다 리눅스 개발자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개발자 기반이 넓은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리모는 제조사가 표준화 솔루션 개발을 주도하고 이동통신사가 사용자와 구매자로서 요구 사항을 제시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리모재단은 최근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이 모인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장터 `슈퍼 앱스토어`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이통사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더구나 하드웨어 제조에 비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떨어져 산업의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국 모바일 업계는 리모를 통해 글로벌 OS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대기업과 이노에이스, 아로마소프트 등 SW 업체, ETRI,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 국내 대표 IT 연구계에서도 `한국리모진흥협회`를 출범시키는 등 리모 확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국내 업체 간 협력을 통해 개방형 모바일 SW를 만들고 리모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이들은 내년부터 리모폰을 본격 출시하고 개방형 모바일 SW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모바일 SW개발기업과 일반 개발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자 커뮤니티 `리모월드(LiMo World)`를 만들고 리모 응용 개발을 위한 SDK 배포 및 기술 지원을 할 예정이다. 개발자 콘퍼런스와 공모전도 열린다.

김후종 SK텔레콤 서비스기술원장은 "리모 OS는 역사는 짧지만 개방형이라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들이 주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SK텔레콤도 리모 상용화를 위해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리모가 강한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똑같이 개방형 OS를 표방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의 등장은 큰 위협이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리모 OS를 주도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체 플랫폼 `바다(Bada)`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도 있다.

안드로이드, 바다, 리모, 윈도폰 등 `멀티 플랫폼 전략`을 구사 중인 삼성전자는 현재 약 200명의 연구원이 리모 OS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폰과 바다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내년부터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