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325) 이중인격자형 상사

 은근슬쩍 떠보고 두리뭉실 돌려 말한다. 본심을 말하기에 앞서서 간접적으로 물어보고 모호하게 질문하며 의중을 살핀다. 나를 도와줄 것처럼 위장했지만 자기 승진을 위해 나를 이용했다. 속았다는 느낌이 들 때는 이미 늦었고 이용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때는 이미 끝났다. 감정적 불신이 생기고 난 다음부터는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니다. 말과 행동과 마음이 다른 상사를 상대하는 일은 너무 피곤하다. ‘왜 저 말을 물어봤을까? 다른 의도는 없나?’ 새겨 듣게 되고, 뭔가 말하지 않은 게 더 있는 것 같아 찜찜하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자꾸 겉돈다. 의혹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하면 일에 집중하지 않고 의중에 집중하게 된다.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이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은 누구나 타인을 이용하여 자기를 보호한다. 나 스스로도 상사라는 존재를 이용하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내 의도만 선하게 미화하고 상대 의도는 악하게 매도한 것은 아닐까? 때로는 이용당해 주는 것도 보시(報施)다. 그것이 내게 특별히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져주고 양보해주고 이용당해 주는 것도 좋다. 너무 이해득실을 따져 산수계산하지 말자. 내가 미처 모르고 얻어 건진 상사의 덕(德)도 꽤 있을 것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의심과 분열이 일어난다. 작은 구멍 하나가 큰 댐을 무너지게 하는 것과 같다. 한번 깨진 신뢰는 지나가는 농담도 일파만파 오해를 초래한다. 상사를 믿자.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을 거라 여기고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눈 딱 감자. 그렇다고 무턱대고 믿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전 미국 대통령인 레이건은 “믿으라, 그러나 확인하라”고 했다. 상대는 상황과 입장에 따라 악용할 수도 있고 오용할 수도 있다. 그런 정보라면 조심하는 것이 내 임무다. 조직은 가족 모임이 아니다. 다 믿을 수 없고 다 말할 수 없다. 다만 서로 존중하며 신뢰를 쌓기 위해 애쓸 뿐이다. 괜히 얼굴에 어설픈 의심의 티를 내며 경계해봐야 나만 고달프다. 지혜롭게 가슴을 쓸어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