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총판 개편 움직임 가속화, 한국MS 이어 한국HP도…

 한국HP가 대기업 계열 서버 총판업체의 사업을 제한하는 쪽으로 유통 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에 앞서 최상위 파트너 위주로 총판 정책을 손질했다. 다국적 정보기술(IT)기업의 총판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한국HP는 2010 회계연도 하반기를 시작하는 이달부터 x86서버 총판 가운데 LG엔시스·DK유엔씨는 실제 고객 건(deal)을 확보한 때에만 서버를 주문·공급할 수 있도록 총판제도를 개편했다고 9일 밝혔다. 세계 HP 지사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적용되는 제도다.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대기업 계열 총판과 유통전문업체 간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재고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는 총판 수를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 비용을 줄이고 본사의 영업정책을 수행할 총판을 중심으로 선별하겠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이 조치로 LG엔시스와 DK유엔씨는 고객보다 재고 물량을 먼저 확보한 이후에 제품을 판매하는 전형적인 ‘유통’ 개념의 총판사업을 할 수 없다. 기존 관계사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은 가능하지만 중소기업(SMB)을 포함한 일반 유통 시장 공략은 어려워진다.

 나머지 x86서버 총판인 유통전문업체 영우디지털, 정원엔시스템, 한국정보공학은 기존과 동일한 방식의 유통사업을 펼친다.

 

 <뉴스의눈>

 최근 주요 다국적 IT기업의 잇따른 총판 정책 손질은 과거 외형 중심의 ‘확장형’에서 실리와 수익 중심의 ‘실속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다국적기업은 그간 한국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유통망 역시 확대 위주의 정책을 취했다. 간접판매 모델인 한국지사의 특성상 많은 유통사를 확보하는 것이 곧 고객 확대로 이어졌다. 시장 정체가 이런 관행에 변화를 몰고 왔다. 넓은 유통망이 제 살 깎기식 경쟁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경기장은 한정된 상황에서 선수들만 넘쳐나니 유통 비리, 협력사 부도 등의 각종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08년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다국적기업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지사에 총판 정책 개편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HP의 정책 개편은 아태지역본부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HP의 경우 중국·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더 큰 시장에서도 서버 총판이 두세 개에 불과하다. 한국의 서버 총판이 6개인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셈이다. 총판 수를 줄여 수익을 보장하며, 나아가 본사의 영업 정책을 적극 수행할 수 있는 형태로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한국MS도 이와 유사하게 ‘선택과 집중’으로 총판 정책 방향을 바꿨다. 파트너에게 판매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한 대신 이를 통과한 파트너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MS 매출에 도움되는 파트너는 지원하지만 MS 브랜드를 활용한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파트너는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유통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다. IT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통 전문인력을 확충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정책 변경에 따라 이를 보류하고 사업 방향을 수정 중”이라고 전했다.

 일방적인 조치라며 반발하는 업체도 있다. 한국HP 서버 총판인 A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와 관계없이) 기존 재고 물량을 바탕으로 전과 동일하게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호준·정진욱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