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PC,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애플 천하다. ‘아이폰’ 충격에 ‘아이패드’ 열풍까지 요즘 정보기술(IT) 세상엔 온통 이 회사 얘기뿐이다. IT와 담을 쌓고 지낸 우리 정치인과 관료가 새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우리나라에 언제 나올지 물어볼 정도니 말 다했다. 우리나라에서 애플이 이렇게 관심을 모은 적은 없었다.

 요즘 애플, 참 무섭다. 달랑 아이폰 하나로 이른바 ‘휴대폰 빅5’를 뒤흔들었다. 아이패드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HP의 태블릿PC 전략 자체를 다시 짜게 했다. 게임기 업체들은 아이패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TV 제조업체들은 나오지도 않은 ‘아이TV’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30년에 가까운 정보혁명엔 두 번의 큰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은 개인컴퓨터(PC) 시대다. 컴퓨터를 갖게 되면서 개인은 세상의 중심임을 알게 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는 인터넷 시대다.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개인은 세상과 만나기 시작했다. PC의 지위는 인터넷 단말기로 떨어졌다. 모바일이 이어받았다.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 어느 곳에서든 세상과 소통한다. 우리는 PC와 인터넷에 이은 제3의 IT 혁명 속으로 들어갔다.

 PC 시대의 주인공은 MS다. 운용체계(OS)로 세상을 제패했다. 인터넷 시대엔 구글이 주인공이다. 검색 하나만으로 IT 거인들의 무릎을 꿇렸다. 모바일 시대, 애플이 기선을 잡았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3부작으로 천하를 통일했다. 모바일광고에 TV, 심지어 칩 시장까지 영토 확장도 꿈꾼다. 이런 애플의 독주가 영원할 것 같지 않다. MS의 독점은 구글을 불렀으며, 구글의 독주는 애플을 불렀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게 이치다. 애플이 이제 막 뜬 달이라지만, 적이 너무 많다. MS와 구글은 반격을 준비한다. 인텔, 삼성전자, 노키아, 소니도 뜻을 같이할 것이다.

 패러다임과 주인공은 달라졌어도 바뀌지 않는 게 있다. 승패를 기업 사용자가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업무 혁신에 PC를 활용하면서 PC 시대가 활짝 열렸다. 기업은 매킨토시보다 멋지지 않아도, 업무 처리엔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PC를 선택했다. 인터넷도 기업이 이를 업무 혁신과 비즈니스에 쓰면서 급팽창했다. 모바일 시대엔 어떨까. 모바일에 투자한 기업은 아직 통신업체뿐이다. 기업은 이제 막 모바일을 업무와 사업에 어떻게 쓸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지갑을 열 때 모바일 시대는 꽃을 피운다. 개인용보다 업무용에 능통한 MS는 이때를 기다린다. 갤럭시S와 S-패드(가칭)를 내놓을 삼성도 아마 그럴 것이다.

 애플의 힘은 예나 지금이나 열혈 개인 사용자로부터 나온다. 지금 애플을 지지하는 개인 사용자의 세력은 PC 시대 초기에 비해 훨씬 크다. 그렇다고 기업의 힘을 능가할 수준은 아니다. 기업은 사용자 환경(UI)보다 업무 효율성을 따진다. 애플이 이런 기업 경영자의 마음마저 사로잡는다면 게임은 끝난다. 그런데 게임은 이제 막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PC보다 인터넷이, 인터넷보다 모바일 산업이 더 크고, 사회적 영향력도 막대할 것으로 본다. 누가 웃고, 누가 울까. 구경꾼에겐 흥미진진한 싸움이다.

  신화수 취재담당 부국장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