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기 영화를 개봉과 동시에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영화 불법복제를 막는 기술적 조치를 일부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화사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가정 시장을 열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지만 극장주와 가전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10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FCC는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사들이 각 가정의 출력 상황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선택적 출력 제어(SOC: Selectable Output Control)’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SOC는 방송사가 영화를 공급할 때, 각 가정에서 녹화를 시도한다면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송출을 중단하거나 전송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FCC는 그동안 SOC를 DVD나 블루레이로 출시된 영화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영화출시 90일 이전에만 적용토록 했다.
이번 제한이 풀리면서 영화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거실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영화사들이 불법복제 걱정없이, 신속하게 가정 시장에 유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대변하는 미국영화협회(MPAA)는 지난 2008년부터 SOC 규제 완화를 요청해왔다. DVD 매출이 떨어지고 가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내려받는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저작권 우려 없이 유통할 방법이 필요해서다. 영화는 일반적으로 개봉 3∼4개월이 지나야 주문형서비스(VoD)나 DVD로 가정에서 볼 수 있다.
MPAA의 밥 피사노 임시 회장은 “영화 산업계가 늘어나는 소비자의 수요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FCC 조치는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소비자가 디지털녹화장치 ‘티보’ 등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방송을 보는 것이 제한된다. 또 극장주들은 영화 티켓 판매 감소를 우려했다.
가전사들 역시 반대 입장이다. 소비자가전협회는 “FCC의 결정은 가정의 기기를 방송사들이 제어하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무시하고 영화 업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