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특채, 넘을 수 없는 산이다. 입사 10년차지만 승진 턱을 쏴 본 적이 없다. 무기명으로 아이디어를 내면 상받을 만한 아이디어인데도 이름과 함께 제출하면 뒷전으로 밀린다. 승진에선 누락되어 온 과거도 서럽고 뜨거운 감자가 되어 여기저기 옮겨 다닐 미래도 서글프다. 그래도 감지덕지하며 입 다물고 그냥 다녀야 할지, 아니면 한번쯤은 부당하다고 속을 털어놔야 할지 하루에도 몇 번씩 옹송그린다. 괜시리 말했다가 잠자는 사자 코털을 건드리는 격이 될까 조심스럽고 염려스럽다.
초연해야 당당하다. 여차하면 관두고 내 실력을 인정해줄 곳으로 떠날 준비를 했을 때 말하자. ‘뜨거운 감자’로 스스로를 예견하고 ‘잠자는 사자’로 상대를 예상한 걸로 미루어 보아 영 자신이 없어 보인다. 그런 마음과 실력으로는 이야기하지 말고 감지덕지하며 다니는 것이 상책이다. 진정 승진하지 못한 이유가 ‘고졸 특채’ 때문일까. 진정 내 아이디어가 무기명으로 내면 상 받을 만한 아이디어일까. 놔두기 미안하니까 위로 차원에서 립서비스한 것을 너무 오래 가슴에 담아두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기회에 사심 없이 조언해줄 회사선배를 찾아가 허심탄회하게 물어보자. 회사는 놓치면 안 될 사람과 버릴 사람을 확연히 구분할 줄 안다. 내가 승진하지 못하거나 봉급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운이 없거나 불공평한 제도 때문이 아니다. 상사가 원하는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당당하고 떳떳하게 이 부분에 대해서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실력과 성과가 있다면 참지 말고 찾아가자. 승진은 태권도 띠를 따듯이 시간이 지나면 따는 것이 아니다. 솔깃한 자기어필, 띄워주는 인맥, 적절한 아부, 하늘이 주신 타이밍 등 여러 가지가 맞물려야 한다. 섣부르게 말해서도 안되겠지만 미련 맞게 참지 말자. 차라리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찾아가 묻기라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