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DMB 해외진출의 교훈

[미래포럼]­DMB 해외진출의 교훈

드디어 우리나라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기술의 수출이 결실을 보게 됐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연구소기업인 DMBRO와 함께 베트남에서 오는 6월 DMB 방송 상용서비스(2∼4채널)에 돌입한다. 8월 중에는 총 6개 채널로 상용서비스 범위가 확대되는 등 DMB 기술의 본격적인 해외진출 첫 신호탄을 쏘게 된 것이다.

우리 DMB 기술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무료서비스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중대위기에 봉착해 있다. 국내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던 우리의 지상파 DMB 기술이 베트남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우수한 기술과 함께 수신료를 지불하는 사람만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수신제한장치(CAS)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출국 정부로부터 정식 주파수를 획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12월 29일 베트남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정식으로 6개 주파수를 획득했다. 이는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적 지원 및 ETRI의 기술지원, 디엠브로의 전문적인 마케팅활동 및 (전)정통부장관의 헌신적인 조력 등이 어울어진 결과다.

현재 DMB의 세계 4대 표준기술 보유국은 한국, 미국, 일본, 유럽으로, 이들 모두가 해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정부차원의 기술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유럽은 정부가 장비를 지원한다. 일본은 정부주도의 컨소시엄을 통해 범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브라질 등 남미시장을 점령해 가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사정은 심각할 정도로 취약하다. 정부부처의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아 정보공유는 고사하고 중복 투자가 벌어지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파진흥협회(RAFA)를 통해 DMB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지식경제부는 전자부품연구원(KETI)을 통해 지원한다. 양 부처 공히 해외진출 대상국가에게 시험용 장비를 무료로 지원하다 보니 예산의 효율적 집행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 시점에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금번 DMB 방송 기술의 베트남 진출은 해외 확산의 신호탄이다. 인근 국가인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개도국들과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등 중남미지역으로의 진출이 올해와 내년사이에 봇물이 터지듯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히 방송기술의 해외 진출이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우리의 단말기업체 및 여타 관련 업체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의 모든 역량을 한 데 모아야 한다.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상용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정보공유 및 자금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주도 하에 벤처기업, 특히 해외진출 기업에 대해 단계별로 지원할 수 있는 치밀한 정보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며, 금융기관의 주도로 벤처기업의 소요자금을 단계별로 지원할 수 있는 금융지원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 및 금융기관의 지원시스템은 규모가 취약한 벤처기업에게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의 클라우드컴퓨팅 및 스마트폰의 출현 등을 보노라면 우리의 대응전략이 너무 늦다는 생각까지 든다. 금번 DMB 베트남진출 성공을 단순한 기술의 해외확산을 뛰어넘는 퀄컴의 CDMA를 사업화한 성공사례에 비교하고 싶은 것은 나만의 과대망상일까?

 박영일 코레스텔 대표이사 ceo@correst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