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브랜드위원회와 코트라(KOTRA)가 실시한 한국 상품의 원산지 효과,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 수준 조사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전년대비 68.2%에서 71.5%로 3.3% 개선되었다고 한다. 원래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단어는 주식시장에서 유래한 말로 한국 상품, 한국 브랜드의 질을 믿지 못해 외국의 바이어가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오랜 해외 홍보 경험을 비추어 보면 대체로 맞는 말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기업이 스스로 가진 위상에 비해 낮게 평가 받는다. 실제 시장 점유율은 세계 5위인데 외국 소비자들의 인식은 세계 5위가 아니고, 오히려 그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예가 허다하다. 그래서 그런가. 실리콘 밸리 진출을 목표로 오늘도 열심히 땀 흘리는 많은 벤처 기업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차라리 숨기거나 처음부터 글로벌(?)한 느낌이 들도록 회사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을 잃고 움츠려 드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실제 역량과 경쟁력 보다 한참 낮게 생각하는 오판을 한다.
우리가 실체보다 못한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 시장과 소통하기 위한 가장 큰 과제는 언어라는 ‘장벽’을 뛰어 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기업은 해외 커뮤니케이션이라 하면 영어만 잘하면 되는 것으로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뛰어넘을 ‘장벽’의 본질은 유창한 영어라기보다 우리네와 다른 ‘그들의 논리 구조’와 ‘인식 구조’를 이해하고 이에 맞게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나가는데 있다.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언어 이전에 문화라는 게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우선 ‘한국과 한국인의 논리’를 영어라는 옷으로 갈아 입히는 것으로는 제대로 된 소통과 이해를 낳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해외 홍보를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기업은 스스로 너무 폄하한다. 그리고 어떻게 자랑해야 할지 잘 모른다. 스스로 기업이 잘한 점을 자화자찬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우리네 정서다. 어떤 기업의 CEO는 홍보를 통해 자신과 자신의 기업을 알리는 것 자체를 민망해 하시는 분도 계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겸양을 겸양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 없음”으로 본다.
또 무엇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상당히 소극적이다. 대부분 현재 상태로는 자랑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해외 홍보는 좀 더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좀 더 좋은 기술을 보유하면, 아무튼 모든 것이 좀 더 갖춰지면 그때 해야 할 과제로 미루어 놓기에 스스로 알려야 할 적절한 시기를 한참 지나서도 자신의 위상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결론은 제대로 의사소통하고 호소하려면 더 자신감을 피력해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자랑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을 그들의 시각으로 그들의 논리에 맞게 설득해야 한다는 거다.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남이 그냥 알아주는 행운은 없다.
더 이상 우리가 가진 위상보다 못한 취급은 받지 말자. 제대로 평가받고 제값받고 팔자. 아니 웃돈을 얹어서 사가게 하자. 그러니 우리 이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어떨까. 그전에 우리가 우리를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은 충분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우연희 호프만 에이전시코리아 대표(ywoo@hoffm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