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 회장 앤디 버드 인터뷰

"월트디즈니에선 엔지니어 대신 이매지니어(imagineer)라고 부르죠."

세계 최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그룹 월트디즈니는 `상상하다(imagine)`와 `엔지니어(engineer)`의 합성어인 `이매지니어`가 100여 명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직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생전 1930년대부터 쓰던 말이니 디즈니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디즈니의 핵심 가치인 셈이다.

1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만난 앤디 버드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회장(47)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단순히 기술만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에 꿈꾸는 상상력을 가진 이매지니어가 디즈니의 미래이자 경쟁력"이라고 단언했다.

이매지니어의 창의력을 북돋우기 위해 직원들에게 생각할 자유와 실패할 권리를 준다.

"모든 직원이 기업가가 되기를 원해요. 적절한 방식이라면 몇 번의 실패도 괜찮습니다."

그는 수천 번의 실험과 실패를 통해 하나의 성공적인 약품이 탄생하듯이 좋은 제품도 실패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82년 역사의 디즈니는 변화와 전통의 무게중심을 잘 잡으며 금융위기를 헤쳐 나간 미국 간판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61억달러와 57억달러다. 최근 국내에 개봉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전 세계에서 1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으며 `아이언맨2`도 국내 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월트디즈니 하면 미키마우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어린이들이 흔히 보는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이 월트디즈니 소유다. 또 미국 스포츠 채널 ESPN과 ABC방송, 케이블 `디즈니 채널`과 아동 책도 갖고 있으니 미디어 공룡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박을 일군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월트디즈니 주주이자 이사회 회원이다.

"디즈니가 핵심 가치로 생각하는 세 가지는 품질과 창의성, 스토리예요. 영화 제작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이야기죠."

그는 흔히 `콘텐츠 = 왕`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지만 디즈니는 여전히 소비자를 왕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읽기 위해 디즈니는 소셜미디어와 가상세계 테마파크를 통해 그 변화를 읽고 있다. 소셜미디어 사이트인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과 즉각적인 소통을 선호한다. "디즈니 페이스북 팬은 전 세계 350만명이고 팬마다 평균 204명의 친구가 있어 입소문 효과가 대단하죠."

게임과 가상세계도 디즈니가 주력하는 분야다. `클럽 펭귄`은 어린이들을 위한 가상세계다.

영화와 테마파크의 접목은 디즈니만의 독특한 수익 모델이다. 영화 `캐리비언 해적`은 테마파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영화인데 영화 흥행으로 다시 테마파크에 아이디어를 재적용한 사례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디즈니가 끊임없는 기술 진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첩성이 생명이다. 그는 내부적인 조직 변화를 독려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밝혔다.

"변화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이죠. 변화의 다른 면은 두려움이지만 이 두려움을 줄이면서 변화를 권장하는데 주력해요."

수년 전에는 디즈니 콘텐츠 생산의 90% 이상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집중됐다. 또 조직 내 의사결정이 미국에서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각국을 책임지는 임원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외국에서 더 많이 수입하고 있죠."

12일 공식 발표된 SK텔레콤과의 한국어 디즈니 채널 합작사 설립건에 대해 "합작법인 형태로 디즈니가 외국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SK텔레콤의 기술력과 기술 발전이 빠른 한국 시장을 감안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은 배울 것이 많은 곳입니다. 한국어 버전 채널을 통해 한국 소비자와 교감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버드 회장은 키가 매우 크고 마른 영국인이다. 기내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낼 정도로 출장이 잦다.

지난주에는 인도를 방문했으며 유럽과 남미, 러시아도 종종 방문한다. 한국에는 1년에 두 번 정도 방문하고 있다.

■ 앤디 버드 회장은 누구?…타임워너 사장 출신 미디어계 거물

앤디 버드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회장(47)은 디즈니 왕국의 신수종 사업을 전 세계에서 발굴하는 미디어 거물이다.

1982년 디즈니 왕국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중국, 인도, 러시아에서 기업 인수ㆍ합병(M&A)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방한 기간에도 SK텔레콤과의 합작사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인수와 투자를 이끄는 동시에 TV 채널과 영화뿐만 아니라 테마파크, 출판, 소비자 제품에 이르는 방대한 디즈니 사업의 각국 현지 맞춤화도 총괄하고 있다. 이를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한다.

디즈니로 옮기기 전 10여 년간 타임워너 임원에서 사장까지 역임했다. 영국 북서부 워링턴에서 태어난 워드 회장은 뉴캐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매일경제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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