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주도인 옌지시에서 IT분야 사업을 수행하며 회사 설립 2주년을 앞두고 있다. 내가 옌지에처음 간 것은 2007년 9월이었다. 그 때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가에 있던 한글 간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글과 중문 두 언어로 표시된 간판을 보면서 이곳 옌지야말로 내가 찾던 최적의 장소임을 직감했다. 당시 나는 우리 회사의 디자인 및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대행해 줄 장소를 찾기 위해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인도·일본·미국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시장조사를 하고 있던 차였다. 그 와중에 옌지는 다른 지역과 달리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조선족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에 IT 업무를 아웃소싱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옌지시 정부와 옌지 IT밸리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한국 기업 투자 유치 노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옌볜대학 등 우수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많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나는 옌지에 온 첫 해부터 즉시 독자 회사를 설립하지 않았다. 대신 1년간 현지 기업과 제휴하는 형태를 취했다. 옌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독자 회사를 설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후 옌지 현지 기업과 제휴해 디자인과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수행하면서 현지 법률과 문화를 익히고, 또 직원들의 업무능력 수준과 근무 자세를 파악할 수 있었다. 비록 경력이 오래된 고급 개발자들은 없었지만,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꿈과 열정이 있었고 또 잠재적 능력도 높았다. 그래서 마침내 2008년 8월 연길에 ‘옌지아사달과기개발유한공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설립 후 옌지아사달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직원 수가 설립 당시 8명이었지만 1년 만에 1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디자인 및 프로그램 개발 분야가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디자인 이미지 개발 분야는 고객들로부터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홈페이지 제작 및 프로그램 개발 업무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회사 설립 2주년을 앞두고 직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 직원의 업무 능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우수한 인력으로 디자인 및 프로그램의 생산기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옌지는 조선족자치구로 타국이나 중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한국과 문화적 차이가 적다. 옌지아사달 직원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악을 듣는다. 이 때문에 SW개발에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 옌지시 정부는 한국 IT기업 유치를 위해 여러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사달도 연길 젊은이들의 성장잠재력을 보고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옌지아사달 직원은 조선족뿐 아니라 한족, 만주족 등 다양한 현지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옌지에서 단기간의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지않고 있으며, 고급인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우수한 인력이 곧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옌지는 한국보다 훨씬 춥고 IT 인프라도 아직 부족하다. 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절차도 아직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분명 옌지에서의 사업은 쉽지 않다. 하지만 충분한 시장조사와 현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인재에 대한 투자가 바탕이 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창녕/ 아사달 사장 mail@asad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