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석채 KT 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 등 통신3사 CEO들이 ‘마케팅비’를 주제로 한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이후 두달여 동안 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이 이번 주 힘겹게 마련됐다.
‘사업자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으나 더 이상 가이드라인 시행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라는 방통위 발표에 묻어나듯, 통신3사는 물론 방통위 담당자들에게 있어 이번 주는 길고도 치열했다.
방통위가 공개한 통신사업자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은 ‘당초 취지를 살리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담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방통위로서는 처음부터 ‘무리한 시도’라는 우려를 안고 시작한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은 잠재해 있다.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왕에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라면 통신 3사의 합의가 바탕이 돼야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너무나 첨예한 입장 차는 결국 ‘행정지도’를 전제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의 목적이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신기술 개발 및 콘텐츠 육성 등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도 진흥정책 측면까지 고려해 연계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제 선언적 의미가 강한 ‘마케팅비 (총액규제) 가이드라인’ 제정은 일단락됐고, 조만간 이를 바탕으로 제재를 동반할 수 있는 ‘보조금 (행태)규제’ 방안이 추가로 마련된다. 통신업계의 관심은 이제 이 보조금 행태 규제안으로 넘어갔다.
통신 산업은 변화를 거듭하며 성장해 왔다.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의 형태도 카밀레온처럼 변신해 왔다. 이번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은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진흥과 규제’라는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정부로서는 시장과 산업의 흐름을 반영, 이 최소한의 기준이 장기적으로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도록 유연함과 신중함을 모두 견지해야 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