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프트웨어(SW) 업계 대표주자인 티맥스소프트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간판업체인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티맥스소프트까지 경영난을 못 이겨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면서 한국 SW산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글로벌 스타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 역시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티맥스소프트 고위 관계자는 13일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현재 주요 정보기술(IT)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M&A를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SDS·LG CNS 등 주요 IT서비스업체들도 티맥스 M&A 검토를 했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LG CNS 관계자는 “M&A 제의에 따라 타당성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관심이 없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지난해 검토 작업을 벌인 것은 사실이나 현재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고 밝혔다.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회장은 이에 대해 “M&A나 투자건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IT서비스업체와 M&A 성사는 티맥스의 핵심 솔루션인 WAS(web application server)·오픈플레임 등의 시장성, 박 회장의 지분 포기 수준 등이 좌우할 전망이다.
티맥스가 M&A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시스템 통합(SI), 한국판 운용체계(OS) 개발 등 신규사업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미진해 지난해 부채가 1000억원을 넘었다. 부동산 매각 등으로 일부 채무를 변제했으나 작년 말 기준으로 여전히 657억원의 채무가 남았다.
티맥스는 경영 합리화를 위해 2008년 말 1836명에 달하던 임직원을 지난해 말 1067명으로 줄였다. 올 초 KT와 통신SW 전문 합자회사 ‘KT이노츠’를 설립해 인적 분할도 시도했다. 하지만 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최근 임금 체불 사태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M&A 성사 여부를 떠나 국내 스타기업으로 각광받던 SW업체들이 맥없이 무너지면서 한국 SW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할까 우려했다. 공공부문이나 민간 대기업의 SW 발주사업에 유지보수 지속가능성을 들어 한국 SW업체 제품 구매를 꺼릴 수 있다는 걱정이다.
임춘성 연세대 교수는 “국산 SW업계 스타기업이 사라지면 우수 인재 영입 효과가 떨어져 장기적으로 R&D 능력 저하, 글로벌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SW산업을 막연하게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보호산업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스타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경쟁력을 다져나가는 식의 정부 정책 변화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글과컴퓨터는 지난달 시장 매물로 나온 상태다. 보안업체 SGA 등이 한컴 M&A를 타진 중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