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물가도 오르고 공과금, 애경사도 많아 정말 빡빡하게 겨우겨우 메우면서 살아간다. 이러다간 지출이 봉급을 초월할 기세다. 남들은 짬을 내서 투잡, 스리잡을 한다고 하는데 나만 뻔한 산수셈에 지쳐있는 것은 아닐까. 퇴근하고 나서 인터넷 쇼핑몰 운영, 대리운전, 퀵서비스, 결혼식 행사 도우미, 안 되면 방송국 보조출연이라도 해야겠다. 투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에 투잡 안 하는 사람이 바보라는데 혼자만 한 회사에 충성하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하다.
하늘은 태만하게 살아온 인생을 돌이킬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한번 가기만 하면 돌아올 줄 모르고, 붙들어도 끌고 올 수 없는 것이 시간이다. 촘촘하고 짱짱하게 사는 것도 좋다. 수면 시간을 줄이고 쓸데없는 낭비시간을 없애 돈도 벌고 폭넓은 사회 경험을 얻는다면 일거양득이다.
다만 그것은 돈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나를 챙기면서 했을 때의 효과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천하에 잃기 쉬운 것에 "나" 만 한 것이 없다. 집이나 땅 등 달아날 염려가 없는 것들은 애써 지키려 눈을 크게 부릅뜨면서 정작 나 자신은 챙기지 않는다. 재물, 명예, 위협,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하지만 잃기 쉬운 나, 잠시만 살피지 않으면 안 가는 곳이 없는 나 자신부터 챙기자"라고 말했다.
막연하게 남들도 하니까 안 하는 내가 바보 같아서 밀려 하는 투잡은 나를 잃게 만든다. 어설프게 몇푼 벌어보겠다고 시작한 투잡은 본업을 방해하기도 하고 둘 다 놓치게 만들기도 한다. 퇴직 후를 준비하려다가 퇴직을 앞당기는 불상사를 예상하자. 부업 아이템으로 뭐가 대박날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투잡이 나를 지키고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인지부터 검토하자. 하다못해 매일 대변보는 시간만큼도 자기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몇 만원에 나의 시간을 온통 뺏긴다면 그것은 버는 게 아니라 잃는 것이다. 차라리 지름길을 찾아 헤매는 시간에 이 길을 열심히 걷는 것이 더 빠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