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로 촉발된 스마트폰용 앱 개발 열기가 뜨겁다. 몇몇 개인 개발자들의 ‘한 달에 몇 천만원 떼돈 벌기’라는 성공사례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고, ‘한 달에 몇 십만원 용돈벌기’라는 경험이 입소문을 통해 퍼지면서 이른바 개발 좀 해봤다는 자칭타칭 무림고수급 개발자들이 퇴근 후 술자리를 마다하고 부업삼아 앱을 개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스마트폰 앱 개발로 창업한 경우도 많고, 비전 없다고 몇 년 전에 그만뒀던 개발을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당분간은 이런 열기가 식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열기가 있으면 상응하는 냉기도 있게 마련이다. 한편에서는 앱스토어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다, 포화상태가 되었다, 성장 정점을 지나고 있다’며 꿈에 부푼 개발자들에게 냉수 한 사발씩을 돌리기도 한다. ‘몇달 걸려서 개발했는데 불과 몇 개밖에 안 팔렸다. 인건비는커녕 밤샘개발에 보약값도 안 나온다’는 경험자들의 탄식이라도 듣게 되면,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개발용 애플 맥컴퓨터를 덜커덕 사놓은 입장에서 이런 열풍이 다단계 피라미드 판매 사기와 뭐가 다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시작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인력 1만명 양성사업’이 자칫 저임금 앱개발자 대량배출로 이어져 인건비 깎아 먹는 저가 용역 앱 개발의 악몽과 대접받지 못하는 개발자 인생굴레를 반복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런 기대와 우려 때문에 앱 개발에 뛰어들 작정이라면 먼저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어떨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리고 1년 조금 넘게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앱 개발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이를 적극 권하고 싶다. 이는 단순히 스마트폰 개발 관련된 지식을 배우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글로벌 시장이 어떤 것인지 체험해 볼 수 있다. 앱스토어가 아니라면 어떻게 학생 신분에 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해 볼 수 있으며, 또 전 세계 소비자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앱 관련 모든 자료를 영어로 작성하고, 구매자들의 질문에 영어로 답하다 보면 토익점수 만들기 위해 공부하던 탁상영어가 실전영어로 환골탈태하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겪다보면 글로벌 시장이 얼마나 거대한지, 또 그곳에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으니 이런 경험을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기초과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창의력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도 있다. 앱스토어에는 이미 16만개 이상의 앱이 등록되어 있기에, 어떤 앱을 기획하든지 유사한 것이 있고, 설령 새로운 기획이라 할지라도 유사 앱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진 앱을 개발하려면 원천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수학·물리 등 기초과학 뒷받침없이는 불가능하다. 사실 전문개발자들도 성공하기 어려운 앱스토어에서 학생들의 성공은 더 어려울 것이고, 기대했던 경제적 이득도 얻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돈가치로 매길 수 없는 큰 배움을 한껏 얻을 수 있으니 해볼 만하지 아니한가?
전경구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 kjun@inche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