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덩치가 큰 게임사는 약점을 보완하고 규모가 작은 게임업체는 원활한 유통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수ㆍ합병(M&A)으로 인한 게임업체 대형화는 국내 개발 게임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실력을 갖춘 중소 게임사가 점점 귀해져 게임산업 발전이 정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3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날보다 4.12% 급등한 18만9500원까지 치솟았다. 전날도 4.00% 오르는 등 이번주 들어서만 14.50% 급등했다.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캐주얼게임 개발업체인 넥스트플레이 인수 발표다.
이는 그동안 리니지 아이온 등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다중접속롤플레잉게임(MMORPG)으로 승부하던 엔씨소프트가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캐주얼게임 분야에 본격 진출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하면 국내 게임시장에서 엔씨소프트 위상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란 해석이 힘을 얻으면서 주가도 치솟고 있다.
비상장사인 넥슨은 지난 12일 게임하이 지분 15.8%를 확보해 본격적인 인수 과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게임하이는 서든어택이라는 국내 대표 일인칭슈팅게임(FPS)을 개발한 회사다. FPS는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MMORPG,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 게임에 골고루 강점을 가진 넥슨의 약점으로 꼽히던 게임 분야다. 넥슨은 또 이달 초 엔도어즈라는 또 다른 게임업체 인수를 발표하는 등 최근 가장 공격적인 인수ㆍ합병에 나서고 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신규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사오는 게 비용이 덜 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을 사들이면 개발 실패에 대한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체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M&A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김 연구원은 "중소 게임업체들은 현상 유지에 머물고 새로운 게임 개발 투자 여력은 없는 예가 많다"며 "이 같은 업체들은 먼저 나서서 M&A를 추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률이 40~50%에 달하는 게임업계 특성상 인기 게임을 보유한 대형 게임사들은 대부분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M&A 요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국내 게임시장은 몇몇 대형회사들이 과점하는 형태로 변형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처럼 활발한 M&A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M&A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몇몇 업체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를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인 주가는 결국 실적으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