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생활의 숨은 지혜 또는 상식적으로는 잘 납득이 가지 않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의 어떤 ‘통계적 룰’ 정도로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차가 막혀 다른 차선으로 바꾸면 오히려 바꾼 차선이 더 막힌다든지 하는 경우가 머피의 법칙에 속한다. 그 법칙에 의하면 어떤 큰 변화가 올 때는 22번의 작은 징조 또는 암시가 먼저 찾아온다고 한다. 그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대형사건 전에는 늘 전조(前兆)가 따른다는 체험적 지혜이리라.
IT는 이제 한마디로 혼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과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그 변화속도에 맞추려 안간힘을 쓰지만 좇아가기가 쉽지 않다. 요사이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웬만한 PC 못지않게 엄청난 정보를 쏟아내어 그것만 소화하는 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다양한 기술들이 서로 융합하면서 이미 IT에 상당히 훈련된 사람들을 상대로 새로운 ‘시험(試驗)의 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이 ‘시험의 장’ 한가운데 있는 것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대변되는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다른 미디어와 결정적으로 차이나는 점은 바로 ‘내가 중심’이라는 데에 있다. 기실 나 자신은 네트워크의 지극히 작은 부분일지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실시간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고 나는 또 나의 ‘추종자 (팔로어)’들에게 그것들을 전하면서 마치 모든 네트워크의 중심에 내가 있는 듯한 생각을 갖게 만든다. 예를 들면 강남의 맛집을 스마트폰에서 찾는 대신 “지금 강남에 있는데 순두부를 맛있게 하는 집을 알려줘요”라고 트위터에 올리면 “아, 어디어디의 해물 순두부가 죽이지요”라는 답을 손쉽게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회장이 말한 것처럼 기존 미디어는 모두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SNS는 ‘탈중심화된 의사소통(decentralized communication)’을 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힌 방대한 네트워크가 중심이 따로 없는 채 세포들마냥 계속 스스로 증식하고 있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렇듯 사람들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네트워크는 짧은 시간에 그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거대해질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5000만명의 고객확보에 13년이 걸렸던 TV에 비해 페이스북은 단 2년이 걸린 것만 봐도 SNS의 ‘전염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바로 그 이유가 기술,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이 SNS와 합해질 때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대변화의 조짐들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애플의 아이 시리즈, 구글의 안드로이드, 새로운 SNS들, 일평생 다 보지 못할 수십만개의 ‘앱’들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변화들…. 머피의 법칙으로 해석해 보면 혼란기의 이러한 조짐들은 곧 어떤 ‘빅뱅의 도래’를 조용히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빅뱅이 온다면 어떤 식으로 어떤 강도로 오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가시적으로 나타난 편의 기술,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융합되어 사람이 중심이 된 솔루션이나 서비스로의 빅뱅이 올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은 자생적으로 커가는 소셜네트워크를 누비면서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대표이사 부회장 leephd@lg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