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81)`대안`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지향하는 `디아스포라` 프로젝트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최근 `오픈 그래프`라는 페이스북의 새 기능을 소개하면서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겠다는 유명인들이나 사용자들이 늘고 있고,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공개 정책에 대한 항의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4명의 뉴욕대(NYU) 학생들이 추진중인 ‘디아스포라(Diaspora)’ 프로젝트는 단순히 페이스북에 반대하는 차원이 아니라 ‘페이스북’을 대체하는 `대안(alternative)`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최근 언론과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인데도 언론과 네티즌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는 게 이례적이라면 이례적이다.

‘디아스포라’ 프로젝트는 페이스북의 개인 프라이버시 정책에 반대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반(反 ) 페이스북 움직임과 맥락을 같이 한다. 특별한 점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바라보는 이들의 철학 또는 이념에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과 같은 중앙집권적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脫‘ ’중앙집권적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분권적인` 소셜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디아스포라’ 프로젝트는 두가지 측면에서 특별하다. 첫째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솔루션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마이크로 펀딩 사이트를 통해 공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돈이 없는 학생들이기때문에 일반인들로부터 소액 기부를 받아 개발 비용으로 쓰겠다는 것

둘째는 이 프로젝트를 오픈소스 운동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이크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http://www.kickstarter.com)’를 통해 현재 공모하고 있다. 마이크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는 자금이 부족한 예술가,언론인,디자이너,창작자 등이 사업 아이디어를 사이트에 올려 놓고,이에 공감하는 일반인들로 부터 소액기부를 받아 창의적인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디아스포라` 프로젝트 개발팀들은 39일 동안 `킥스타터`를 통해 1만 달러를 기부받아 개발 비용에 충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펀딩 기간이 아직 17일이나 남았는데도 기부액이 이미 16만 달러를 넘은 상태다. 일반인들과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 셈이다.

`킥스타터`에 소개된 ‘디아스포라’ 프로젝트에 따르면 4명의 뉴욕대 개발자들은 개인 정보를 네티즌들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기반의 개인화 소셜네트워크 서버를 올 여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이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개발자들은 ‘GPG(GNU 프라이버시 가드)’라는 공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는데, 개발이 완료되면 이 솔루션을 활용해 사진,동영상,이미지 등 개인 프라이버시 정보를 개인들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디아스포라’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내 `소셜 인터넷 거주자들(Social Internet Dweller)`이 개인 정보를 페이스북과 같은 사업자들의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분권화된 서버에 저장하게 된다.

이들은 컬럼비아 대학의 법학자이자 강력한 공개 소프트웨어 지지자인 ‘Eben Molgen’ 교수의 주장에서 `분권화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Eben Molgen’ 교수는 지금처럼 개인 정보가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어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개인의 프라이버시 정보는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 결국 온라인 공간에서의 개인의 정체성이 위기를 맞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4명의 뉴욕대 학생들은 이 같은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의 맹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디아스포라` 프로젝트의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이 프로젝트를 완료하는대로 오픈소스 운동의 기본 원칙인 GPL 규정에 따라 소스코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블로그 구축 툴로 유명한 `워드프레스 닷컴(wordpress.com)`을 활용해 개인들이 블로그를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구축할 수 있는 것 처럼 자신들이 개발 중인 소셜 네트워킹 웹서버를 활용하면 분권화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해 진정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 정보를 개인들이 관리할 수 있는 ‘소셜 인터넷 거주자’(Social Internet Dweller)`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킥스타터`의 소액 기부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에서 볼수 있는 것 처럼 일단 이들의 철학 또는 이념은 반 페이스북의 움직임에 힘입어 관심을 얻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의 붐으로 개인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개인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경향이 강할수록 개인 프라이버시 정보 보호는 점차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디아스포라` 프로젝트에서 볼수 있는 것 처럼 분권화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 개인 프라이버시 정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최근의 반 페이스북 움직임은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디아스포라`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갈길이 멀다. 일부 네티즌들이나 일반인들이 그들의 철학과 이념에 동조하고 있지만 실제 솔루션이 개발되고 분권화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정착하려면 개인들이 이 솔루션을 설치하고 활용해 줘야 한다.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4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굳건한 아성을 공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