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받은 일을 매번 다 하고 싶지는 않다. 귀가 솔깃하도록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하면 셈이 확실하게 나와서 해야 할 일도 있다. 물론 이 두 가지가 일치하면 참 좋으련만 불행하게도 일치하는 적은 거의 없다. 하고 싶은 일은 셈이 안 나오고, 셈이 확실해서 이해득실상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꼭 마음이 껄끄럽다. 이 두 가지를 가려내고 결정하는 일이 참 혼동스럽다.
나중엔 대체 뭘 좋아했는지도 잊게 되고 이 결정이 머리에서 나온 건지 마음에서 나온 건지도 뒤죽박죽이다. 언제쯤 해야 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맥상통할까?
머리가 시키는 일은 대체로 ‘안정적인 일, 남이 내게 의지하는 일, 고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실질적인 이득이 있는 일’일 것이다. 반면에 마음이 시키는 일은 대체로 ‘처음 하는 일, 내가 잘할지 못할지 모르겠는 일, 고로 실패할 확률도 높은 일, 실질적인 이득도 불분명한 일’일 것이다. 해야 할 일만 하면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 현재가 뿌예진다. 더 혼동스러운 것은 문제는 머리도 믿지 못하고 마음도 종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머리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지만 잘 돌아가면 마음도 유쾌해지고, 마음이 시켜서 했지만 잘 돌아가지 않으면 머리도 지끈지끈 아파온다. 머리와 마음만 믿지 말고 발을 믿자. 지름길을 찾다가 길을 잃듯이 이거 할지 저거 할지 갈등하다가 이도 저도 못한다. 시인 박노해씨는 “사람의 중심은 머리가 아니다. 머리는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생각의 중심은 너무 자주 바뀐다. 사람의 중심은 가슴이 아니다. 가슴은 너무 빠르게 식어가고 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사람의 중심은 발바닥, 대지와 입맞춤하고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내 영혼이 깃든 발이 그리로 걸어갈 때 내 머리도 가슴도 마음도 그리로 간다”고 시를 썼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본능적으로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요소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량으로 덜 좋아하는 것을 점차 덜어내고 더 좋아하는 일을 늘려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