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나흘째에 접어든 16일 오후(현지시간) 지중해 휴양도시 칸은 우리나라 봄처럼 햇살이 따사로웠다.
영화제 행사장인 뤼미에르극장 등 레드카펫에는 연일 세계 유명 감독과 스타들 발길이 이어졌다. 비슷한 시각 행사장에서 10분가량 떨어진 해변에 마련된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부스에도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칸 영화제 부대행사로 열리는 필름마켓(Marche Du Film)은 영화콘텐츠 거래 시장으로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해변에 위치한 영진위 부스에는 이날 오전부터 전 세계 영화 바이어들 발길이 계속됐다. 영진위 김해원 씨는 "오전에만 10여 개 업체 미팅을 잡아줬다"며 "칸이 한국 영화콘텐츠 수출 전진기지 노릇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진위 부스를 찾은 외국 바이어와 한국영화 관계자를 연결해주는 김씨는 밀려드는 바이어 때문에 점심 먹을 시간도 없다고 했다.
필름마켓 한국 부스에는 싸이더스FNH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파인컷 미로비전 인디스토리 등 한국영화 관련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아직 필름마켓 기간이 절반 이상 남았지만 벌써 수주에 성공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 `포화속으로`가 유럽 배급사 아스코트엘리트에 팔린 것을 비롯해 김지운 감독의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 프랑스 판권도 프랑스 배급사 ARP에 팔렸다. 칸 경쟁작에 오른 `시`도 그 여세를 몰아 스페인과 대만 수출에 성공했다.
물론 한국 기업만 보이는 건 아니다. 유럽과 미국 대형 영화사를 비롯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회사 부스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중화권 부스가 인기였다. 중국 영화 배급ㆍ마케팅 회사인 CFPI(China Film Promotion International)와 싱가포르 국영 미디어그룹 mda 부스는 상담 열기로 뜨거웠다. 이는 중국 영화시장 고성장 덕분으로 풀이된다. 우제민 CFPI 매니저는 "중국 영화는 최근 5년간 연 30% 성장 중"이라며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중의 문화적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영화사들이 비싼 비용을 들여 칸 필름마켓에 오는 이유는 돈과 정보 때문이다.
알프레드 엔지 홍콩 포천스타 부사장은 "필름마켓을 통한 영화 수출은 매년 늘고 있다"며 "또 여기에 오면 국외 네트워크도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올해 필름마켓 참가 부스는 지난해에 비해 5% 늘었다고 한다.
또한 올해부터 필름마켓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엔 극장 상영용 콘텐츠 거래가 위주였다. 하지만 요즘엔 디지털ㆍ3Dㆍ모바일 등 신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거래가 늘고 있다. 예전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이는 IT기술 발전과 대규모 자본 등장 때문이다.
한국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영화 제작비가 올라가면서 극장 상영만으론 이익을 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영화 투자사들이 모바일 아이패드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공급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평호 싸이더스FNH 대표도 "영화가 극장 상영만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며 "영화 콘텐츠는 모바일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칸(프랑스) =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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