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검정색 아이폰이냐, 아니면 하얀색 아이폰이냐는 것이다. 아이폰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는지에 대한 뼈 있는 농담이다.
최근의 핫이슈인 스마트폰은 사실 오래전부터 PDA폰이라는 형태로 우리 주변에 있었다. 어찌 보면 멀티태스킹, 프로그램 설치의 자유 등 지금의 아이폰보다 좋은 측면도 꽤 있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그 선두에 아이폰이 있다.
비슷한 가격대인데 대중이 아이폰에 움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의 디자인과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쉬움’이다. 예전의 PDA폰은, 펜을 통한 정확한 입력을 원했고, 프로그램 설치 및 PC와의 싱크 과정에서 높은 컴퓨터 실력이 필요했다. 반면 애플은 안되는 기능이 있더라도 쉽게 만드는 데 목표를 두었고, 이는 적중했다. 고객은 그냥 무선랜을 켜고 끄는 것을 원하지, WEP 암호화 옵션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예는 많다. 사람들이 도스(Dos) 대신 윈도(Window)를, 자동차의 수동기어보다는 자동기어를, 홈페이지보다는 140자 트위터를 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두 많은 옵션보다 쉬운 사용에 주안점을 둔 선택이다.
과도한 정보가 유통되는 시대인 만큼 이제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쉬움’이라는 명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어려움’은 이제 모니터 너머의 개발자 몫이다.
쉬움을 상품과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선,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미 움직임은 시작됐다. 인문학이 주목받는다. 신입사원 선발 시 스펙보다는 사람을 중시한다. 기업은 개인과 소통을 위해 SNS를 활용한다.
인간을 이해하고, 그 중 우리 고객을 이해했다면, 고객이 지불할 노력과 비용만큼 얼마나 고객을 ‘쉽게’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 된다. 배움의 기쁨을 빼앗아야 고객이 행복해지는, 재미있는 세상이다.
-길진세 KT 기업고객부문 기업FI본부 대리(myzard@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