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IT를 통한 ‘진정과 품격’ 담긴 개도국 지원

 전쟁 직후 폐허와 다름없던 우리나라를 기억하는 외국인들은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지금의 한국에 경외감을 표시한다. 개발도상국들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와 함께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그들의 발전모델로 한국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는 뜨거운 교육열과 산업화를 향한 열망이 있었다. 더할 나위 없는 근면과 성실로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한 전후세대가 있었다. 국제사회의 도움은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한국전쟁 후 60년을 맞은 지금, 우리나라는 이른바 ‘도움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도약했다. 지난해 11월 25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 공여국 모임인 DAC(개발원조위원회;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회원국이 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우리나라는 이전에도 ODA(공적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통해 개도국과 국제기관을 지원하면서 국제사회의 발전을 위해 힘을 더해왔다. DAC는 격이 다르다. EPC(경제정책위원회)·TC(무역위원회)와 함께 OECD의 3대 위원회다. 세계 원조의 90%를 담당하는 ‘알짜 선진국’ 모임이다. 명실공히 지구촌 가족의 공동번영과 공존행복을 위한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자격과 지위를 확인했다. 자격과 지위는 책임과 의무를 부과한다. 경제규모의 일정 수준에 해당하는 달러를 제공하며 ‘내 할 일 다했다.’라고 말한다면 그만일까.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돈벼락 맞은 졸부의 천박한 기부행위와 다를 게 없다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국가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세심히 살핀 후, 국제사회의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른바 진정이 담긴 품격있는 지원이다.

지난 시간 속에서 이룬 성장발전 과정에서 경험하고 축적한 우리만의 고유한 자산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이다. 세계인들이 만들어 준 ‘IT강국 코리아’라는 닉네임 속에 밴 자산이다. 개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부러워하며, 배우고 따라가길 원하는 분야이다. 지금도 수많은 개도국의 리더들이 찾아와 한국의 정보통신을 배우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곧추 세운다. ‘정보통신’은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피 원조 국가들을 향해 진정과 품격을 담아 내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세계 각국이 기꺼이 그들의 젊은이들을 우리 땅에 보내 소중한 피를 흘렸다. 우리에게 뜨거운 도움을 주었던 국가들 중에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들이 적지않다. 이들에게 우리가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이뤄낸 경제사회 발전의 경험을 전하고 역량을 전수하길 권한다. 정보통신은 미래를 설계하고 담보할 수 있는 재산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달러와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도움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도움을 주는 나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속 깊은 발걸음이 아닐 수 없는 까닭이다.

오는 11월 12일 G20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수많은 해외언론들의 시선이 우리나라를 향할 것이다. 그들의 시선 속에 ‘정보통신을 통해 진정과 품격있는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이 오롯이 담기길 바란다.

손연기 객원논설위원·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ygson12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