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훌륭한 CEO는 시스템으로 경영한다

 얼마 전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정보기술(IT) 시장의 지각을 흔들 만한 제품인 ‘아이패드’라는 태블릿PC를 출시했다. 부활절 전날 출시되어 ‘예수 태블릿’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 기기는 간편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용자들에게 재미와 유용성을 동시에 전해줄 것이라고 시장의 기대가 대단하다.

 콘텐츠 산업의 부활을 이끌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아이팟, 아이폰에 이은 세 번째 아이 시리즈의 흥행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똑똑한 IT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변화와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IT는 비즈니스의 흥망성쇠와 괘를 같이 하며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960년대 전자정보처리시스템(EDPS)으로 시작한 정보시스템은 오늘날까지 대용량 시스템으로 발전해 왔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제품이 많이 출시됐다.

 큰 인기를 누린 것도 있었으며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 것도 있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로서 비즈니스 전반의 조력자 혹은 성장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두 개 이상의 조직에서 일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야기한다. “지난번 회사는 시스템이 훨씬 좋았던 것 같아. 이번 회사는 도무지 시스템이 없어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어” 혹은 “새로 옮긴 회사는 시스템이 너무 좋아. 열심히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등등.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일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업무 전반에 걸쳐 일을 처리하고 의사를 결정하고, 권한을 갖고 책임을 지는 전체 과정이 시스템화 되어 있어야 한다. 또 이러한 일하는 방법이 정보시스템에 반영돼 정착될 때 기업문화로서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데이터-정보-지식으로 축적될 때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복잡한 기업의 부서별 모든 업무를 정보시스템에 포함시켜 한 차원 높은 효율과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구축하기 위해서는 회사 경영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면밀하게 검토, 분석하고 시스템으로 승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을 만나고 이를 극복하면서 멋진 정보시스템이 탄생하게 된다. 구축 후 사용자들과 기업이 구축 효과를 경험하고 나면 지난 과정에서의 고생이 값어치 있는 경험과 경력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래서 요즘 잘 나가는 대한민국 CEO들 중에는 과장, 부장 시절에 개발했던 업무시스템에 대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긍심을 갖고 ‘내 작품’이라며 구축 과정의 어려움과 경험을 무용담으로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한다.

 또 제조업에서 명성을 날리던 CEO가 금융업 CEO로 이직해서도 시스템 경영을 강조하고, 업종을 뛰어넘는 벤치마킹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정보시스템에서 찾는 것을 보면 분명한 의미가 있다. 그런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IT 종사자로서 정보시스템이 기업 성장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같이 느낀다. 그렇듯 성공한 프로젝트에는 항상 훌륭한 프로세스 오너와 정보기술자들이 존재하고 협업 정신이 빛난다.

 자부심과 무용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경험을 통해 얻은 비즈니스 통찰력이다. 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자사의 경영 실상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법을 강구해 개선함으로써 한 단계 한 단계 상승해 나갈 기반을 다진 경험이 CEO가 된 이후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영을 이해하는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정보시스템 구축 경험이 CEO 수업의 필수 코스인 이유는 현업의 업무를 정확히 판단하고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 요구를 정보시스템으로 구현해 내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경영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국내에서도 최고정보책임자(CIO) 출신 CEO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좋은 기업문화와 이를 반영하는 정보시스템이 있다면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 정보시스템은 CEO의 좋은 파트너이기도 하다.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최첨단 IT가 아니라, 사용자 요구사항을 적시에 반영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보시스템이 혁신을 가지고 온다. 모든 CEO들이 스마트한 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업 성장을 이끌고 고객, 주주와 임직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회사를 창조해 나갔으면 한다.

 김종선 KTDS 대표 cskim55@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