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업계가 인듐 국제가격 폭등에 울상을 짓고 있다.
일본·대만 업체들이 과점한 터치스크린 핵심 소재인 투명전극(ITO)필름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인듐 가격이 폭등하면서 재료비 절감 효과가 반감했기 때문이다. 일체형 터치스크린이 잇따라 나오면서 인듐 수요는 증가한 반면에 ITO필름 가격은 하락세다. 모듈에서 후방산업인 ITO필름 등 소재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던 업체들의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당 490달러였던 국제 인듐 가격 시세가 이달 들어 62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6개월 사이에 25% 이상 급등했다. 경기 회복에 힘입어 인듐의 수요가 급증했지만 세계 매장량의 73%를 차지하는 중국이 생산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패널 등으로 인듐의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일본 소재업체들도 물량을 비축하면서 가격 상승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비철금속을 취급하는 업체들도 인듐 재고가 바닥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토로한다.
ITO필름 기술을 확보해 재료비를 절감하고 소재 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던 국내 터치업체들은 사업 악화를 크게 우려했다. 오랜 기간 투자하고 기술력을 집중해 소재 개발에 성공했는데, 인듐 가격 폭등으로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인듐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대체재인 탄소나노튜브(CNT)나 은 투명전극의 상용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도 불안하다. CNT, 은 소재 업체가 시장에 진입해 새 경쟁자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CNT, 은 등의 투명전극 소재는 투명도 및 안정성 측면에서 인듐을 따라가지 못해 세트업체의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듐 가격의 불안정은 장기적으로 터치 소재 업체에 악재로 작용한다”며 “소재 기술 개발의 성과를 업체들이 채 맛보기도 전에 관련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인듐 수급난이 외부적 요인일 뿐 ITO필름 국산화에 성공한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과 향후 시장 전망까지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텍시스템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멜파스 등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소재는 같은 인듐을 쓰면서도 기능 면에서 해외 제품과 차별화되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터치스크린 업체 관계자는 “ITO필름 개발에 성공한 한 국내업체는 일본 제품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상당 부분 이익을 남긴다”면서 “국내 업체보다 해외 업체들이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듐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이 제한되면 세트업체로 재료비 상승분을 감당하기 힘든 국내 업체들이 힘들어 질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용어설명
인듐과 ITO(Indium Tin Oxide)=인듐은 그 자체는 안정적인 원소여서 쓰임이 많지 않지만, 산화시킨 후 주석과 결합하면 인듐주석산화물(ITO)이란 요긴한 물질을 합성할 수 있다. 유리 같은 딱딱한 물질에 잘 달라붙거나 젖는 성질 때문에 얇게 펴면 투명해지고 전기가 잘 통한다. 표면은 매끄럽고 단단해져 터치스크린 패널, LCD 모니터, 휴대폰 등에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