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태동 이후 인간은 대륙 간 이동을 거쳐 구석구석에 자신들의 정착지를 만들며 살아왔다. 이것은 어쩌면 ‘어디에 무엇이(장소와 정보)’에 대한 끊임없는 인간의 탐색 본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27년간의 실측 끝에 비로소 탄생한 ‘대동여지도’는 지도가 소수의 학자나 관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철학과 집념이 빚어낸 산물이다. 그로부터 지도는 위치정보 그 이상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플랫폼으로 웹 지도, 내비게이션 등 이제는 누구에게나 매우 친숙한 대상이 됐다.
웹 지도는 구비구비 골목길의 모습을 실사로 보여주고, 항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서비스 하는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게다가 이 지도들은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지하철 내 설치된 영상시스템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 원하는 장소의 위치는 물론이거니와 장소의 내부,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가 정보까지 한꺼번에 보여 주니 인터넷 지도는 명실상부한 또 하나의 플랫폼이다.
인터넷 지도의 진화가 이제는 인간의 문화와 역사에까지 맞닿기에 이르렀다. 문화유산을 지도 속에 담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유구한 문화유산들의 위치와 고색창연한 형상뿐만 아니라 보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접근이 제한돼 왔던 문화재 내부의 모습까지 360도 고해상 파노라마로 촬영돼 지도에 담겼다. 문화유산의 특정 부분을 확대해 들여다볼 수도 있다.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다음 세대들이 교실에 앉은 채로 검색과 드래그만으로 문화재를 둘러보고, 전각의 내부에 들어가 역사를 체험하고 공부하는 것이 가능해 졌으니 문화유산과 역사를 오롯이 후대에 전하는 데에 테크놀로지가 한몫을 하는 셈이다. 또, 통합적 정보 연계를 통해 문화유산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유기적 콘텐츠 생태계의 기반 구축을 꾀하게 됐다.
현재도 경복궁 근정전을 검색해 일월오악도·칠조룡 등 그동안 자세히 보기 어려웠던 문화유산을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우선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서울의 4대 궁과, 종묘를 시작으로 국보, 보물, 사적, 명승지 등의 문화재와 건축물을 오는 2013년까지 4년여에 걸쳐 실사 촬영, 그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갈 예정이다.
이러한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문화유산 정보 제공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재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민관협력을 통해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유산을 해외에 적극 홍보함으로써 국위 선양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구한 문화유산에 첨단의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문화재 향유의 기회가 확대되고,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문화유산은 그 나라 역사의 물질적, 정신적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구성원의 사상적 일체감을 조성하고 개개인의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반이 되는 것도 문화유산이 주는 선물이다. 대한민국 대표 포털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첨단 테크놀로지를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우리 생활과 이어지는 시발점에 서게 된 감회가 남다르다.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ceo.da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