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비행기 스케줄은 지금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항공 예약을 해주고 도착 1시간 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떤 식당까지 알아서 예약해주면 어떨까.
오후 3시에 잡힌 미팅 약속을 5시로 연기할 때 스마트폰에다 대고 명령을 내리면 모든 회의 참석 대상자에게 똑같이 메시지가 전달되고 회의장 예약도 자동으로 바꿔 준다면. 또 회의 장소가 여의치 않을 때 다른 부서 회의장을 대신 예약해 주기까지 한다면….
스마트폰이 가상 도우미(Virtual Assistant) 노릇을 하는 사업 모델이 곧 뜰 것 같다고 미국 벨연구소(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인 프랑스 알카텔-루스트 산하 연구소)가 분석했다. 벨연구소 특임연구원인 윤종록 전 KT 부사장은 20일 "벨연구소 두뇌인 EaaS(Everything as a Service)팀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가 바로 버추얼 어시스턴트(가상 도우미)"라며 "Me as a Service(자기 분신을 서비스로 제공)라는 개념을 기초로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아바타(사이버 도우미)를 제공해 생활에 효율성을 높여주는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벨연구소는 이 개념을 스마트폰에 적용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에는 현재 수많은 도우미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있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을 알려주는 앱도 있고, 책을 비추면 구입까지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앱도 있다. 문제는 이런 앱들이 독자적으로 고립돼 작동하고 있다는 것. 모두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각자 서로 다른 용어와 프로토콜(통신규약)로만 작동한다.
결국 하나로 통합된 도우미를 고객들이 원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검색 결과만 보여주는 `서치엔진`이 스마트폰에서는 비서처럼 실행까지 해주는 `두(Do)엔진`으로 바뀐다는 분석이다.
윤 연구원은 "이 같은 가상 도우미 기능이 탑재되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마찰 없는 상거래, 협력, 소비 모델이 가능해진다"며 "스마트폰에 대고 `MBN 뉴스 실황을 보여줘` `아빠가 좋아하는 존 그리셤 최신 소설을 DHL로 보내 드려` `친구에게 내가 20분 늦겠다고 전해줘` 같은 메시지를 말하면 알아서 실행해주는 사업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벨연구소는 다음 10년을 지탱할 통신사업 분야 4가지 트렌드를 제시했다.
첫째, 사물 간 인터넷이 활성화한다. 선진국은 대부분 이동통신 보급률이 인구 100%를 넘어서고 있고 앞으로 10년 안에 전 세계 통신 단말기 보급대수가 인간ㆍ인간, 인간ㆍ사물, 사물ㆍ사물을 포함해 500억대에 도달하게 된다. 인간이 통신의 주체가 아니라 어떤 사물이든 센서를 갖추면 고객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음성 위주 통신은 퇴조하고 초고속 이동통신 시대가 열린다. 2014년까지 광대역 이통 가입자가 30억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광대역 이동통신에서는 몇 초 만에 영화 한 편 내려받는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가 가능하다.
셋째, 컴퓨터를 소유하지 않고 다른 컴퓨터나 데이터센터 내 남은 공간을 빌려 쓰는 클라우드컴퓨팅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다.
넷째, 홈네트워크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 디지털 음악세계가 기존 음반시장을 무너뜨렸듯이, 가정 내 홈네트워크가 TV 컴퓨터 모바일기기 영상감지장치 등을 서로 연결해 기존 시장을 판갈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TV는 양방향성을 갖추면서 기존 방송과 DVD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벨연구소 측은 내다봤다.
■ 용어 설명
두(Do)엔진 = 포털 검색창에 찾고자 하는 단어를 입력하면 해당 포털사가 보유한 사이버 로봇(검색엔진 프로그램)이 인터넷 세상 웹페이지를 뒤져 원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쉽게 말해 PC나 스마트폰상에서 검색을 하면 결과만을 보여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검색 결과를 보여줄 뿐 아니라 실행까지 해주는 엔진(Do엔진)이 앞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고 미국 벨연구소가 전망했다.
Do엔진은 이용자가 글이나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각종 잡일을 처리해주는 비서 노릇을 한다.
[매일경제 유진평 기자 @dbwlsv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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