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정부는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CG), 3차원 입체영상산업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CG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해외진출 가능성이 높고 고용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국내 CG산업을 활성화시킬 것인가? 필자는 중요한 출발점이 ‘CG 프로젝트’라 확신한다.
실제 ‘반지의 제왕’ 프로젝트로 영화산업 불모지에서 단숨에 할리우드의 CG산업 대안 국가로 부상한 뉴질랜드의 예는 물론이고 캐나다, 영국, 호주 등 미국을 제외한 CG산업이 활성화된 모든 국가는 국가주도의 ‘CG 프로젝트’가 산업 활성화의 출발점이었다. 일례로 영국 CG산업의 발전적 계기는 2001년부터 시작된 ‘해리포터’ 프랜차이즈의 시작에 있다. 당시 해리포터 시리즈의 메인 CG스튜디오는 할리우드에 있었고, 그 중 일부를 런던, 소호지역에 산개해 있던 CG스튜디오들이 담당했다. 그러나 영화 제작이 끝나고, 소호를 중심으로 모여 있던 CG스튜디오들과 영국 정부는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고, 각종의 세제 인센티브 제도 및 영화투자 펀드 등을 활용, 보다 적극적으로 할리우드 CG 수주를 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4년 ‘해리포터와 아카즈반의 죄수들’ ‘트로이’ ‘에어리언과 프레데터’ 등의 3작품의 CG수주를 했다.
한국 CG산업 활성화를 위한 두 번째 기회는 ‘인력양성’이다. 한국 CG 산업은 내부적으로는 구인란을 겪고 있다. ‘아바타’만 해도 10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투입된 프로젝트임을 생각해 볼 때, 아무리 크고 좋은 할리우드 프로젝트가 수주된다고 해도 ‘준비된 인력’ 없이는 수행이 불가능하다. 캐나다와 뉴질랜드 정부는 이민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해외인력 유입을 유도했고, 대학과 CG스튜디오 연계 인턴십, R&D 프로그램을 지원해 자체 인력 양성을 유도했다. 국내에도 정부 지원의 많은 R&D 프로그램이 있고, 전국 대학에서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있지만, CG스튜디오와 좀더 적극적으로 결합 해내야만 CG산업의 양적성장에서 질적 성장까지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세번째 핵심은 ‘자금’이다. 국내 CG산업이 실력만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우리 CG산업의 총체적 실력이 과연 글로벌 A+급인지의 논란을 떠나서, 캘리포니아 1800여개 스튜디오와 파격적인 인센티브제도까지 있는 캐나다, 영국 등의 스튜디오와 경쟁 환경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최근에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도 CG산업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유일하게 헤비 CG영화를 감당해낼 수 있는 자국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의 테크닉칼라, 캐나다의 레인메이커, 심지어 뉴질랜드 웨타디지털까지도 중국 CG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싱가포르도 중국 CG시장을 겨냥한 합작CG스튜디오를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 CG산업이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CG시장을 공략할 때까지 시장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중국과 미국 등 자국 CG스튜디오들의 견제까지 서서히 준비되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결국 ‘프로젝트’ ‘인력’ ‘자금’의 3가지 가치사슬로 이어진 정부와 민간스튜디오들의 공생만이 우리의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보장하고, 나아가 국내 영화, 영상 제작사업들과의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회조차도 불과 조금의 시간만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인호 매크로미디어 대표 leeinho@macrograp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