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을 보면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보인다.’
KT·SKT·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4대 IT기업은 이번 WIS 2010 전시관을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 최고경영진의 철학과 의지는 물론 앞으로 이들 기업들이 나아갈 좌표와 신사업의 무게중심도 은연 중 암시했다.
KT와 SKT는 공통적으로 그린IT를 강조하면서도 마케팅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KT는 콘텐츠와 친환경이라는 2가지 키워드를 앞으로의 기업경영에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KT 전시관은 소모성 자재가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컨테이너 40개로 만들어졌다. 다양한 콘텐츠를 컨테이너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철학을 반영했다. 컨테이너도 ‘콘텐츠테이너(Contentainer)’로 명명됐다.
오영호 KT 부장은 “통신망과 디바이스가 아무리 좋아도 콘텐츠가 빈약하면 총알없는 황금권총과 같다”면서 “관람객들이 각각의 스토리가 있는 컨테이너에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전시관은 컨베이어벨트와 거대한 톱니바퀴를 중심으로 ‘녹색공장(Green factory)’을 상징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희망과 꿈을 그대로 생산해 주는 공장을 형상화 시킨 것이다.
윤종진 SK텔레콤 부장은 “HSPA+·DMB2.0·오브제(Ovjet) 등 첨단 IT서비스가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마케팅 키워드인 알파라이징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업종 기업 및 콘텐츠 기업과의 협업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다. 탈통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금까지의 수익원인 음성과 데이터 통신이 아닌 제3의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포석이다.
전자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절제의 미학’ ‘강렬함의 미학’ 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 부스는 ‘물의 흐름(Liquid flow)’을 형상화 시킨 게 특징. 자연스러움과 오픈형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기술과 트렌드를 삼성이 자연스럽게 이끌어 간다는 기업철학이 반영됐다. 특히 글로벌 강자로 우뚝 선 기업의 위용을 과시하기 보다는 숨김의 미학으로 승부하겠다는 함의도 담겼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보여주는 전시관 구성을 지양하고, 전시공간 역시 오픈형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경우 ‘1등 LG’를 달성하겠다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전시관에도 반영됐다. LG전자는 강렬한 이미지의 기업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화이트와 레드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브랜드 컬러 중 레드색상을 보다 짙게 만들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얼 등 유사한 느낌을 주는 CI를 가진 기업과의 차별화와 함께 ‘강한 LG’에 대한 경영의지를 반영했다. 엘베스트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붉은 색상을 보다 많이 활용한 레드리본(Red ribbon)으로 3DTV, 휴대폰 등을 감싸는 형태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