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MVNO법의 ‘시행령’을 통해 정부가 MVNO의 ‘서비스 제공범위’와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를 모두 확대한 것은 해당 시장의 조기 정착을 위한 정책적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방통위는 줄곧 MVNO를 통해 정체된 국내 통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특히 사업자 간 경쟁 촉진으로 가계 통신비의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시행령안은 MVNO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춰 다수의 사업자를 유치하고, 초기 시장 점유율을 높여 안정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려는 정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3개 사업자를 모두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단수의 MVNO보다는 복수의 MVNO를 참여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 특정 사업자만을 지정했다는 불필요한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거뒀다.
KCT, 중기연합회 등 MVNO 신규 진입을 염두에 둔 사업자들이나 단독 의무제공업체였던 SK텔레콤 등은 시행령에 대해 기본적으로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경계도 늦추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가 모두 MVNO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되면 자연스레 3사 간 연합전선이 형성될 것”이라며 “대가 산정 등의 협상 시 SK텔레콤만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통 3사 모두 의무제공자로 참여시킬 것을 주장해온 SK텔레콤도,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복잡한 함수 관계에 빠졌다. 소매 사업자(MVNO)를 놓고 3사 간 무한 경쟁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다소 느긋한 위치에 있던 KT와 통합LG텔레콤 역시 MVNO 사업에서 더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상황에 놓였다. 복수 MVNO가 등장해 무선데이터 정액제 등 다양한 통합 상품을 만들거나, 요금 인하에 나선다면,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업계 시선은 이제 MVNO법 ‘고시’에 쏠렸다. MVNO 사업의 최고 핵심인 ‘도매대가 산정기준’가 고시에 명시된다. 방통위는 지금껏 해당 업체별 입장만을 수렴했을 뿐, 일체의 공식 언급을 회피했다. 그만큼 민감하고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방통위 MVNO전담반은 개정안에 명시한 ‘리테일 마이너스(소매가 할인) 방식’의 원칙에 따라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이란 기간통신사업자(도매)가 이용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때 제외할 수 있는 마케팅비, 유통비, 장려금 등 이른바 ‘회피가능비용(Avoidable Cost)’을 빼고 가격을 산정하는 것을 말한다.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의 최대 핵심은 ‘소매 통화매출을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이냐’와 ‘여기서 차감할 수 있는 마케팅비·유통비 등 회피가능 비용을 얼마로 잡느냐’다. 이에 따라 도매업자(통신사)와 소매업자(MVNO) 간 이윤이 요동친다.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은 신규 MVNO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되, 그 폭은 줄여 도소매 측간 협상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게 방통위의 기본 입장이다.
MVNO 사업을 준비 중인 업체는 이에 반발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상대는 SK텔레콤 등 골리앗 통신사다. 이들을 상대로 협상을 거쳐 상호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라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며 “약자(MVNO 사업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대가산정 기준은 최대한 폭넓게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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