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IT산업 판도 바꿀 `클라우드`

 이달 초순 LG·GS·LS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미국의 최신 정보기술(IT) 동향을 견학하기 위해 1주일간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회사를 방문했다. LG CNS가 매년 실시하는 범LG그룹 고객사 대상 미국 벤치마킹 투어의 일환이다. 올해 주제는 클라우드 컴퓨팅,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IT 융합 세 가지였다.

 며칠 전 이 행사에 참가한 한 임원으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우리는 아직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론 중심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미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어 놀라웠습니다. 클라우드가 앞으로 IT 업계의 판도를 바꿀 만한 폭발력이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왔어요. 특히 전통적인 SI 방식의 IT서비스로는 한계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클라우드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만 활발하게 했을 뿐 아직 사업화에 대한 자신감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도 충분하지 않은 국내 IT서비스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토로였다.

 이 관계자가 놀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우리보다 앞서기는 했어도 몸으로 느낄 만큼 구체적인 구현사례가 많거나 상용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여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클라우드에 비판적이거나 심지어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였던 주요 IT업체들이 잇달아 클라우드 ‘올인’ 모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가트너 IT심포지엄 행사장이 그런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당시 가트너 IT심포지엄에 참석했던 국내 IT전문가들은 그토록 상세한 이슈들로 클라우드 관련 세션들이 진행되는 데 놀라워했을 정도다.

 그런데 기조연설 인터뷰를 한 마크 허드 HP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라는 용어는 영 장사하기 힘든 애매모호한 용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비판했다. 비슷한 시기에 샘 팔미사노 IBM CEO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게다가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도대체 클라우드가 뭐냐”며 심지어 “멍청한 노름”이라고 노골적인 비판까지 해댈 정도였다.

 올해 들어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래리 엘리슨 회장은 이 ‘멍청한 클라우드’를 꼭 껴안기 시작했다. 오라클이 클라우드 관련 기술과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클라우드라는 이름을 영 마음 내키지 않아 하던 샘 팔미사노와 마크 허드는 클라우드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IBM의 변화는 흥미롭다. 이 회사 팻 툴 CIO는 현재 비즈니스인텔리전스, 협업, 개발 및 테스트, 데스크톱, 스토리지, 프로덕션의 여섯 가지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IT부서 주도로 프라이빗 클라우드 형태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이를 다시 고객 대상으로 상용화하겠다는 것이 IBM의 복안이다.

 MS는 더 비장한 각오를 보이고 있다. 셰어포인트, 익스체인지, 다이내믹스 CRM, 오피스 같은 주력 소프트웨어를 서비스로서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제공하는 한편 애저(Azure)라는 서비스로서 플랫폼(PaaS)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애저 서비스를 통해 윈도 서버를 시간당 12센트에 이용할 수 있다. SQL 애저는 스토어드 프로시저나 SQL서버용 프로그래밍을 MS 데이터센터에서 가동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사의 DB 어드민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일찍 클라우드 사업에 전력하겠다고 선언한 EMC를 비롯해 최근 클라우드 솔루션을 선보인 SAP,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SaaS에 접목한 세일즈포스닷컴 등 IT업계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각오와 희망으로 클라우드 전선에 나선 메이저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세계 IT산업을 주무르고 있는 주요 업체들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클라우드라는 패러다임 변화는 사업 확대 기회라는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박서기 CIO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