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통방 업계, 소통 없이 ‘소송’ 남발

 통신·방송 업계가 ‘소송 정국’에 빠져있다.

 줄곧 발전가도를 향유해 온 통방업계는 최근들어 성장 침체와 그에 따른 무한 경쟁체제로의 전환으로, 이해당사자간 타협없는 대립각만 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전신주 통신선의 지중화 비용(설비이전 비용) 분담 문제를 놓고 벌어진, 서울 강남구청과 기간통신사업자간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강남구의 손을 들어준 사건은 전형적인 ‘소송 만능주의’의 폐단이라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건은) 해당 지자체에 대한 통신료 경감이나 설비 고도화 등 상호간 네고(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며 “(이번 판결은) 향후 발생할 통신사와 각급 지자체간 다툼의 전례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긴급 대책마련에 나선 SK텔레콤 측의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7개 대도시의 통신선 지중화에만 약 3조7000억원이 소요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국무총리실 주관 ‘공중선 제도개선 TF팀’이 꾸려지는 등 이 문제는 이제 범정부 차원의 전국 단위 현안으로 불거진 상황이다.

 이밖에도 KT를 상대로 한 SK브로드밴드의 형사고발건, G마켓에 대한 SK텔레콤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건 등이 통신 분야에서의 주요 법정 다툼거리다.

 방송계도 유례없는 ‘송사 풍년’에 시끄럽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간 재전송 소송 시작으로, 월드컵 중계권 관련 KBS와 SBS의 맞소송도 관심사다. 여기에 최근 케이블TV는 KT에 대해 역무위반을 명목으로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 3사는 케이블방송사를 상대로 지상파 재송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이후 지상파는 본안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 안은 오는 23일 결심 이후 내달 1심 판결이 나온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든 양측이 받아들이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2·3심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저작권 위반을 명목으로 형사고발도 진행한 바 있다.

또 월드컵 중계권을 두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KBS는 SBS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며, SBS의 윤세영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8명에 대해 지난달 27일 형사고발했다. KBS를 속이고 중계권을 단독구매한 SBS의 행위는 명백히 사기 및 업무방해, 입찰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대해 SBS는 맞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KBS가 SBS의 명예를 훼손하고 무고하게 고소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케이블TV는 최근 IPTV와 스카이라이프의 결합상품에 대해 KT가 역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형사 고발을 검토중이다. 이 결합상품 판매방식은 역할분담을 통한 수평적 제휴가 아니라 위성방송사업면허가 없는 KT가 직접 위성방송사업을 전담 영위하는 방송법위반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이미 방통위에 이 상품에 대한 판매 금지를 요청했으며, 공정위에도 제소할 방침이다.

 류경동·문보경기자 ninano@etnews.co.kr

통방업계 주요 송사 현황

관계 당사자 내용 상태

LG파워콤·SK브로드밴드·SK네트웍스vs강남구청 통신선 지중화 강남구 1심 승소·항소심 진행중

SK브로드밴드vsKT 고객정보 무단유출 검찰에 형사고발

SK브로드밴드vs공정위 가입자정보 무단제공 혐의 행정소송제기·대법원 패소

SK텔레콤vsG마켓 불공정거래혐의 공정위 제소·최종 심결 예정

케이블TV방송협vsKT 저가 결합상품 출시 방송법 위반 혐의로 방통위에 신고서 제출

음악저작권협vsSKT·LGT 저작권 무단도용 저작권사용료 지급소송

지상파3사vs케이블방송사 지상파 재송신 금지 가처분 신청·본안 소송

KBSvsSBS 사기 및 업무방해·명예훼손 등 형사고발

자료: 방통위·공정위·업계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