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계에 중국 화웨이발 ‘덤핑 폭탄’이 떨어졌다. 최근 통합LG텔레콤이 진행한 광전송장비(ROADM) 입찰에서 화웨이가 원가 20% 가격으로 수주했다. 업계는 ‘최저가 입찰을 고집한 통신사업자와 중국업체가 함께 만든 시장파괴 행위’라며 당혹해 했다.
1일 통합LG텔레콤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차세대 광전송 신호처리 장비인 로드엠(ROADM:Reconfigurable Optical Add-Drop Multiplexer) 입찰에서 화웨이가 원가의 절반 이하 가격에 입찰, 공급권을 땄다. 입찰에는 화웨이와 중싱통신(ZTE), 동양시스템즈, 코위버 4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화웨이와 국내 업체인 코위버가 공급권을 획득했다.
화웨이는 공급권 획득을 위해 원가의 20% 수준에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공급권을 획득한 코위버와도 최소 두세 배의 가격 차가 나타났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코위버도 고민에 빠졌다. 통상 최저가 입찰에서는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의 가격에 맞춰 납품가를 정하는 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입찰가격이 너무 낮아 최저가에 공급가격이 맞춰지면 코위버로선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급가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계속 협의 중이다. 직접 이해관계가 맞물려 구체적으로 언급을 할 수 없지만 회사 입장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너무 낮은 입찰가에 통합LG텔레콤도 당황하는 분위기다. LG텔레콤 측은 “코위버의 납품가를 어떻게 결정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줄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화웨이 측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입찰이었기 때문에 전략적인 판단이 있었다”며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업계는 ‘올 중국발 덤핑 폭탄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웨이는 KT, SK텔레콤 등에 장비를 납품하면서도 상식 선을 벗어난 덤핑 입찰이 없었다. 이 때문에 견제를 덜 받았다. 이번 입찰 결과에 통신장비 업계가 당혹스러워 하는 이유다. 특히 KT 등 주요 통신사업자가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투자에 집중하면서 통신장비 투자를 크게 줄인 최악의 시점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크다.
통신장비업체 한 사장은 “화웨이의 덤핑 입찰이 이어진다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도 ‘순망치한’의 고사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사장은 “최저가 입찰에서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를 비난할 수 없지만, 이번 입찰은 통상적인 상식 범위를 벗어난 일”이라며 “최저가 입찰을 고수하는 LG텔레콤도 어느 정도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