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앱스토어·안드로이드폰·트위터·페이스북·아이패드·e북·와이파이·3G 등 나열된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모바일 혁명이고, 둘째는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아이팟의 시초가 된 MP3플레이어, 페이스북의 원조인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를 최초로 선보인 기술 혁신 국가였다. 다만 지금은 그 동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미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가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급변하는 IT 시장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 오늘날의 아쉬움을 미래 발전을 위한 내부 성찰의 기회로 생각하고, 현재 아이폰을 운영하고 있는 애플이 IT업계의 선두주자로 떠오를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여러 분야의 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 등을 유통시키는 콘텐츠 제공사,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 아이폰·아이패드에서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기업과 개인 등이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사와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에 애플은 수평적인 관계를 맺어 좀 더 자유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사 제품에서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공개하고 앱스토어의 문호를 활짝 열어줌으로써 보다 유연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IT 산업은 어떠한가. 그간 너무 하드웨어 중심적이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IT기업은 올 1분기에 모바일 단말기, 가전제품 및 반도체 등을 팔아 35조원 매출에 4조원의 순이익을 낸 데 비해, 애플은 모바일 단말기만을 팔아 16조원 매출에 4조원의 순이익을 낸 바 있다. 애플의 매출액은 우리나라 기업의 절반밖에는 안 되지만 순이익이 우리기업과 같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는 애플의 ‘소프트웨어+콘텐츠+하드웨어’ 중심의 융·복합적인 시장관과 우리나라 기업의 ‘하드웨어’ 중심의 단편적인 시장관으로 정리될 수 있다. 오늘날 모바일 시장은 기술 융합화 추세 속에서 소프트웨어를 통한 서비스 경쟁력 없이 하드웨어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마켓 활성화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모든 플랫폼에 적용 가능한, 표준화된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을 마련해주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국제표준에 반영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과 단말기에서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능케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및 개발된 소프트웨어의 효율적인 유통·관리를 위한 앱스토어 국제표준(ISO/IEC) 개발을 2013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전 세계 25개 이통사와 제조사가 합의해 신설한 사실상 표준화 협력단체인 WAC(Wholesale Application Community) 대응 활동도 병행, 글로벌 표준으로서의 경쟁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과거 위피(WIPI)가 우리산업의 보호에는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국제표준에는 반영되지 못해 세계시장 선점까지 이어지지 못한 아픔을 일거에 만회하고,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도약할 것을 기대해 본다.
허경 기술표준원장 nice@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