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들은 태풍을 피하기보다는 게임을 바꾸는(not by surviving the storm, but by changing the game)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어떠한 리더십을 갖추느냐에 따라 앞으로 2년 안에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입니다."
세계 최대 글로벌 IT 기업인 IBM. 1911년에 설립돼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장수기업이다. 파란색 로고 때문에 `빅 블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IBM의 수장 새뮤얼 팔미사노 회장을 2일 중국 상하이 푸둥에 위치한 샹그리라호텔에서 만났다. 팔미사노 회장은 2002년부터 IBM을 이끌어왔다. 1992년부터 10년간 죽어가던 IBM의 회생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전임 루 거스너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은 것이다. 루 거스너의 업적을 물려받아 하드웨어 중심 기업인 IBM을 소프트웨어와 IT컨설팅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 바로 팔미사노다.
팔미사노 회장이 상하이를 찾은 것은 2일부터 이틀간 IBM이 주최하는 `스마터시티 포럼(SmarterCities Forum)`이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IBM의 스마터시티 포럼은 세계적 리더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방안과 도시 혁신의 결과물 등을 공유하는 행사다. 지난해 베를린과 뉴욕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서유럽을 벗어난 첫 번째 도시로 상하이를 선택한 것은 IBM이 중국 사업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팔미사노 회장은 "지구, 특히 도시가 점점 스마트(smart)해지고 있다"는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40억명을 넘어섰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도 20억명에 달한다"며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기술적으로 우리는 연결(connect)되어 있다"고 말했다. `연결`에는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제품, 제품과 제품 간의 연결도 포함된다.
도시화의 진전 속도도 빠르다. 아시아의 경우 매분마다 30명씩 농촌에서 도시로 유입된다. IBM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11억명의 주민이 도시로 새롭게 유입될 것이라고 한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중 70%가 도시에 산다고 한다.
도시화는 과연 좋은 것일까? 팔미사노 회장은 `아니다(No)`라고 외친다.
"도시에 사람이 몰리면서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한 비용으로 많은 나라들이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도시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고 전체 수자원 중 60%를 사용합니다. 도시 의료시스템은 이미 파산을 선언한 곳도 있습니다. 교육문제, 공공안전문제, 행정문제 등 온통 문제 투성이입니다."
이러한 도시화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팔미사노 회장은 스마터시티를 얘기한다.
"도시는 시스템의 시스템(system of system)이 되어야 합니다. 현재 교통 전력 물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시스템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시스템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도시들은 이러한 개념없이 자연적으로 생겨났다. 전기가 필요하면 이를 끌어다쓰고 이동이 필요하면 바로 길을 내는 방식이었다. 인구가 늘면서 교통체증이 벌어지고 여름마다 전력난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2008년 팔미사노 회장이 스마터 플래닛, 스마터 시티라는 화두를 던진 이래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섬 국가인 몰타에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구축에 나섰다. 인도의 소액금융회사인 그라민쿠다 은행은 오픈소스 은행 플랫폼을 도입해 자금 수요 예측을 높였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 고객을 7만명에서 35만명까지 늘릴 수 있었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은 스마트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최적의 도로와 스케줄을 개발해 교통혼잡을 줄임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만들었다. 요금누출이 80% 줄고 대중교통 이용자는 두 배로 증가했다.
팔미사노 회장은 스마터시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스마터시티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은 모두 나와 있습니다. 정부 지도자와 기업 CEO들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국가와 도시를 재건해야 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스마터시티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 IBM 스마터 플래닛은…
IBM의 `똑똑한 세상 만들기(Smarter Planet)`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에 나왔다. 보편화되고 있는 IT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교통 금융 유통 제조 공공안전 도시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똑똑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개최한 것이 바로 스마터시티 포럼이다.
IBM은 스마터플래닛을 통해 지난 2년간 1200여 개에 달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신호연동과 돌발상황 관리 등 교통관리 솔루션을 채택한 439개 도시에서는 매년 평균 70만시간 이상 교통 지체를 줄였다. 이를 비용으로 따지면 1500만달러에 해당한다.
[매일경제,상하이 =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