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성공파도]<345>직장탐구생활- 들러리로 이용당했어요

이보다 더 나쁜 일은 내 평생에 다시는 없을 것 같다. 짜놓은 각본에 머저리처럼 들러리를 섰다. 바람잡이처럼 생색도 못 내고 닭 쫓다가 지붕 쳐다봤다. 그 일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애를 썼는지 모른다. 그런데 누군가의 밑받침이 되기 위한 뻘짓이었다.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더라도 바보 취급 받으며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다. 공생하지 않는 부도덕한 인간, 나를 갖고 놀다니 어떻게 복수를 해야 이 한(恨)이 풀릴까.

먼저 코피가 터지는 쪽이 지고, 먼저 울음을 터뜨리는 쪽이 진다.

기 싸움에서 이기려면 아이러니하게도 힘을 빼야 한다. 중국의 전통무술인 태극권에서도 힘 빼기를 강조한다. 상대를 때리기 위해 주먹에 힘을 꽉 쥐면 힘이 주먹 안에 갇혀서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한단다. 반면에 부드럽게 힘을 빼서 세상의 기를 무한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그 기운이 저항 없이 밖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단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불타는 복수심으로 힘을 꽉 주면 오히려 나를 이용했던 상대에게 꺾이거나 당한다. 이런 때일수록 담담해지고 평온해지자. 이용당하면 좀 어떤가. 바보같이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강박이 더 좋은 기운을 막아버리고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사람 사는 일이 이용당하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하면서 서로 기대어 사는 거다. 장미 꽃다발에 배경이 된 안개꽃은 장미에게 이용당했다고 분개하지 않는다. 장미의 들러리라고 억울해 하지 않는다. ‘네가 예쁘다 내가 예쁘다 ’하며 다투지 않고, ‘네가 주인공이다 내가 주인공이다’며 시기하지 않지 않는다. 이를 갈며 복수를 준비하기보다 목욕 가서 때 한번 밀고 깨끗이 잊자.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꽃 피우는 게 중요하다. 그런 부드러움이 종국엔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