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펠레의 저주’ 못지 않은 ‘EA의 저주’가 화제다. 축구황제 펠레가 지목한 월드컵 우승 예상국이 늘 고배를 마셨던 사실과 마찬가지로 게임 업체 EA가 축구게임 ‘2010 피파월드컵’으로 미리 점친 우승국 전망도 늘 빗나갔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EA의 예상이 ‘공은 둥글다’라는 축구의 의외성을 넘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A는 최근 2010 피파월드컵으로 남아공 월드컵을 모의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EA의 예측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이 브라질을 3대1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
우리나라가 속한 B조에서는 아르헨티나가 3승, 나이지리아가 2승 1패로 16강에 오르며, 대한민국은 아르헨티나에게 3대0, 나이지리아에게 2대1로 패하고, 그리스와는 1대1로 비겨 1무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다. 또 E조의 일본은 카메룬과 네덜란드에게 각각 2대0으로 패하고 덴마크와는 1대1로 비겼으며, G조의 북한은 브라질과 포르투갈에 각각 3대0, 코트디부아르에 2대0으로 전패, 두 팀 모두 16강 진출 꿈을 접는다.
EA의 분석에 낙심하기는 이르다. EA의 축구게임 피파월드컵은 피파와 공식 계약을 맺고 세계 각국 국가대표의 실제 데이터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그래픽은 물론 팀 간 전력도 가장 현실감이 높은 게임이지만 ‘EA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난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서도 EA의 예상은 적지 않게 틀렸다.
EA는 2006년 월드컵에서 체코가 브라질을 2대1로 승리하며 우승한다고 점쳤다.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와 포르투칼은 1라운드 진출에 실패하는 이변이 연출된다고 예상했다. 반면 체코는 실제 경기 결과 조별 리그에서 2패로 16강 탈락했고, 오히려 16강 탈락 후보인 이탈리아가 우승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A는 우리나라가 폴란드와 미국, 포르투갈을 상대로 각각 1승 1무 1패를 기록해 조3위로 16강에서 탈락한다고 내다봤다. 우승은 브라질을 2대0으로 꺾은 이탈리아였다. 하지만 브라질은 5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우리나라는 16강에서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4강 신화의 기적을 창조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