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잘 나가던 중견 게임업체들이 둥지를 틀면서 새로운 게임메카로 급부상했던 서초밸리가 무너지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이 위치한 테헤란밸리에 맞설 것으로 예견됐던 서초밸리 내 게임사들은 히트 게임의 부재, 자금 사정 등으로 잇따라 다른 곳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거나 대형 게임회사에 인수되는 운명을 맞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5월 티쓰리엔터테인먼트가 한빛소프트를 인수, 서초동에 자리를 잡으면서 게임업계에서는 테헤란밸리에 맞서 서초밸리가 급부상했다.
당시 서초역을 중심으로 티쓰리-한빛소프트, 예당온라인(현 YD온라인), 게임하이, YNK코리아 등 연매출 수백억원대의 잘 나가던 중견 게임업체들이 위치하면서 게임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예당온라인의 오디션, 게임하이의 서든어택 등이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면서 서초밸리는 넥슨 등 대형 게임사들이 위치한 테헤란밸리 못지않은 게임업계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했다.
그러나 테헤란밸리 게임업체들이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지만 2년여가 지난 2010년 현재 서초밸리는 붕괴 위기에 처한 형국이다.
우선 티쓰리-한빛소프트가 서초사옥의 과다한 유지 비용과 자금 사정 압박 등을 이유로 신도림 테크노마크로 사옥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오피스빌딩은 3년 계약이 기본이지만 입주 후 아직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사옥 이전을 결정한 것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실제 티쓰리-한빛소프트는 2008년 인수 기자간담회에서 2009년까지 8개의 게임을 출시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에이카, 포포밍 등 2∼3종 출시에 그치며 부진한 모습이다.
YD온라인 역시 서초동을 벗어나 테헤란로로 이전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쓰리가 개발한 오디션 게임의 퍼블리셔인 예당온라인은 오디션 이후 히트작이 끊기면서 고전하던 와중 모기업의 자금 사정으로 인해 올해 미래에셋에 인수됐고 사명을 YD온라인으로 바꿨다.
YD온라인은 최근 개발비 100억원을 넘게 들인 야심작 ’패 온라인’이 공개서비스 중지 결정을 내리고 리뉴얼에 들어가면서 악재가 겹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든어택으로 소위 대박을 터트린 게임하이는 이후 특별한 히트작을 못 내다가 최근 넥슨에 인수되면서 주춤하고 있다. 게임하이의 경우 개발 중인 라인업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서초밸리의 일원이었던 YNK코리아 역시 로한 이후 특별한 히트작 없이 고전하면서 YNK재팬을 위메이드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출판사 황금가지에 매각됐다.
이처럼 서초밸리가 무너지면서 게임업계에서는 구로와 가산 일대를 통칭하는 일명 ’G밸리’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엠게임, 위메이드, 엔트리브소프트, 알트원, 웹젠은 물론 모바일 게임사인 컴투스와 게임빌 등이 입주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8년 5월 티쓰리가 한빛소프트를 인수하면서 게임업계에 소위 ’서초밸리가 뜬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그러나 불과 2년여 만에 이 지역 회사들이 사옥을 이전하거나 대형 게임사에 피인수되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