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미소(美少)금융, 참여기업 氣를 살려주자

 미소금융 제도 시행이 7개월을 넘었다. 금융위원회의 5월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38개 지점을 설치하고 953명에 약 70억원을 대출했다. 전체 대출규모가 삼성미소금융 1개 재단의 올해 사업비 300억원에 턱없이 못미친다. 현 정부가 대표적 친서민 정책으로 꼽는 이 사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진지한 고민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다행이 희망의 싹은 보인다. 대통령도 문제를 인식했으며, 정부 시각도 탁상에서 민생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미소금융이 새삼 관심을 받은 것은 4월 초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다. 서민금융 대책을 주제로 한 이날 회의에서 장관들의 보고에 이어 김기현 의원의 발언 순서가 왔다. 한나라당 서민행복추진본부장인 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미소금융 일선 지점에서 가장 많이 듣는다는 얘기가 ‘고맙다’가 아니라 ‘사람 놀리냐’란다. 회의장은 순간 긴장감이 돌았고, 대통령도 진지하게 메모를 했다.

김의원은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먼저 운용의 폭이 좁다. 신용등급 5∼6등급이 갈 곳이 없으며 대출가능 항목도 프랜차이즈창업 등 5가지로 국한됐다. 대출 이후 성공을 돕는 플랜이 없으며 대출 심사 기간도 짧지 않다. 대출 리스크가 높은 반면 이자율은 2∼4.5%로 시장보다 저렴해 미소금융재단의 경영수지 악화도 우려된다. 민원실 등 공공기관 사무실 일부를 무상 임대해 운영비를 줄여주고, 서민의 이용 편의를 높여야 한다고 김의원은 말했다. 다음날,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가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불과 한달 반 사이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금융위는 두차례 개선방안을 내 놓았다. 김기현 의원은 휴면예금법을 미소금융법 체계로 바꾸는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실 미소금융이란 용어를 대한민국 어느 법전에도 찾아 볼 수 없다. 한해 무려 6000억원 가까운 재원을 운영하는 미소금융재단의 법적 근거를 이제 찾았다.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포스코, 롯데 등 6개 기업재단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국민 등 5개 은행재단이 미소금융재단을 운영한다.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정부 재정의 사각지대도 메운다. 미소금융 사업에 최소 규제와 최대 재량권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이 결혼자금이 필요할 때 담보 없이 쉽게 대출 받는 곳, 부모 수술비가 급한 자녀가 찾아가는 곳, 사람에 대한 믿음이 충만한 곳이어야 한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은 대출자들을 일일이 만난다고 한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대출자의 개업식에 참석해 격려하기도 하며, 매주 발행하는 포스코신문에 무료로 점포 광고도 내준다고 한다. 우리 금융당국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참여기업과 지점을 늘려 군 지역엔 최소 1개, 중소도시엔 2∼3개의 지점을 개설해야 한다. 38개의 지점은 턱없이 모자란다. 미소금융 참여 기업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기(氣)를 살려 주자. 우리 서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피는 그 날까지.

박상진 객원논설위원·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정책자문위원 forsj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