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정 팔콘스토어코리아 대표 mj.ha@falconstor.co.kr
필자가 1987년 IT업계 입문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고 IT 시스템이 모든 분야의 기초 산업이 될 것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 과거 30년을 돌이켜봐도 IT의 발전은 인류의 그 어떤 발전보다도 빠른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룩한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4.77MHz에서 시작한 PC의 중앙처리장치(CPU)가 현재 2GHz를 훌쩍 넘어선 것은 물론 저장장치는 천지개벽을 이뤘다. 8인치(160KB), 5.25인치(360KB), 3.5인치(1.44MB) 로 발전하던 플로피디스크는 수십 GB의 USB 메모리로 바뀌었다. 과거 10MB 용량의 하드디스크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던 귀중품이었지만 (그 때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해 받은 첫 월급은 30만원 수준이었다) 지금은 1TB(10MB의 10만배) 하드디스크 하나가 고작 10만∼20만원 정도이고 보면 엄청난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크기에서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10년 전엔 1TB 스토리지 시스템 하나의 크기는 냉장고 몇 개와 맞먹었지만 지금은 데스크톱PC 정도 크기에 수십 TB가 탑재 된다. 반도체 집적 기술의 발전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한 놀라운 집적 기술이다. 여기에 또다시 저장기술의 변화와 시장 판도의 변화를 예고하는 SSD(Solid State Drive)가 새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SSD는 반도체 메모리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다. 하드디스크와 동일한 인터페이스로 작동되고 하드디스크의 긴 탐색 시간, 접근 지연시간, 실패율 등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동일한 용량(1TB)과 대역폭(4Gb×4광채널) 환경에서 하나의 패킷 4KB 단위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한다고 할 때, 하드디스크 기반의 스토리지는 현존 최고 성능의 시스템으로도 1만 IOPS(Input Output per Second)를 넘기기 어렵다. 하지만 D램 기반의 SSD 는 읽기·쓰기에서 공히 20만 IOPS 이상의 성능을 나타낸다. 플래시메모리 기반의 SSD는 D램에 비해 쓰기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읽기성능면에서는 5만∼20만 IOPS의 제품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용량과 대역폭이 아닌 동시 처리의 목적으로 본다면 하드디스크 기반 스토리지 수십대가 할 수 있는 일을 SSD 한대로 처리한다는 이야기다.
스토리지네트워킹산업협회(SNIA) 자료에 의하면 스토리지 별 IOPS 당 처리비용은 DDR 기반 SSD가 0.2달러, 플래시메모리 기반 SSD 0.84달러, 하드디스크 기반 스토리지가 2달러 수준이다. 즉, 하드디스크 기반으로 고속 IOPS를 처리할 경우 무척 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IDC 조사에서 SSD 시장 규모는 2009년 이미 2억달러 규모를 넘어섰고, 2012년 무려 1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성능 스토리지 시스템 시장은 200억달러가 넘는 대단위 규모의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의 실정은 스토리지 시스템, 스토리지 솔루션, 레이드 콘트롤러, 스토리지 가상화 어느 부분에도 세계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외산 제품에 시장을 내맡기는 수입 및 소비자 국가에 불과할 뿐이다. 주변의 일본, 중국, 대만만 하더라도 스토리지 산업의 연구, 개발, 판매에 자국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반도체 메모리 생산 1등 국가로서 다가오는 시장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