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마트 응원` 이 뜬다

16만명이 넘는 트위터 폴로어(follower)를 자랑하는 인기작가 이외수. 얼마 전 트위터로 월드컵 응원 번개모임을 제안했다. 본인 트위터에 "이외수와 함께 열광의 도가니탕을! 6ㆍ12 그리스전 응원해요! 총 200분을 초대합니다"란 글을 올렸다.

모 서점 후원으로 폴로어 중 응모해 당첨된 사람들과 홍대역 근처에서 응원 `팬미팅`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저녁 처음 글이 올라온 뒤 응모한 사람이 9일 오전까지 500명을 훌쩍 넘겼다.

`스마트 응원세대`가 등장했다.

2002ㆍ2006년 월드컵이 대규모 광장 응원으로 꽃을 피웠다면 2010 남아공 월드컵 응원문화에는 스마트함이 더해질 것 같다.

이번 월드컵 거리응원 규모는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대신 스마트폰 응원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무장하고 트위터로 소통하며 조직해 스마트하게 응원에 나서는 젊은이가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팀 경기 일정을 확인하는 앱은 기본 중 기본. 다양한 응원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는 앱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은 지비모바일이 만든 `남아공2010`. 32개국 경기 일정을 일자별과 조별로 볼 수 있고 트위터와 연동시켜 한국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다.

아이폰용 월드컵 응원 앱 `올레사커` 다운로드 건수는 6월 9일 오전 현재 2만건을 넘는다.

이 밖에도 다양한 월드컵 관련 앱이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야광봉으로 바꾸기도 하고 박수ㆍ나팔ㆍ호루라기 소리 등 효과음을 넣으면 스마트폰을 흔드는 것만으로 응원이 가능하다.

김지선 씨(27)는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꽤 됐지만 이런 식으로 활용되리라고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며 "카드섹션 앱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함께 응원하는 아이폰 유저들과 함께 멋진 카드 섹션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폰 이용자인 조성환 씨(30)는 "실제 도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구입비용도 적게들고 쓰레기도 덜 나오기 때문에 스마트하면서 친환경적인 응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트위터도 `스마트 응원`을 위한 핵심 매개체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인 고성재 씨(32ㆍ가명)는 본인 폴로어나 자신이 폴로잉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전 전날 응원 번개를 제안할 계획이다. 이씨는 "트위터 친구들과 함께 많이 모이면 모이는 대로 강남 코엑스 근처에서 붉은악마와 함께 응원하고 적게 모이면 술집 등에서 응원하며 맥주 한잔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같은 스마트 응원 트렌드 확산은 `항상적 소통`에 열려 있는 2030세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큰 몫을 한 스마트폰과 트위터를 활용하면서 기업이 만든 인위적 광장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소통하면서 만드는 응원 광장을 만들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간섭이나 개입을 싫어하는 젊은 세대들이 스스로 다시 문화적 축제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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